농민·성직자 등 다양한 계층 참여, 평화·축제 분위기 부각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주말 촛불집회를 외신들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외신들은 26일 열린 집회에 최대 규모의 시위자가 모여 청와대를 포위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앞으로의 탄핵 전망, 국정 마비 가능성 등을 분석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인원이 "주최 측 추산 150만 명, 경찰 추산 27만 명으로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거리의 시위 물결"이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첫눈이 내린 추운 날씨에도 수많은 인파가 서울 중심가를 채웠다"며 주말 촛불집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광화문 주변에서 인파를 이룬 시위대의 모습을 사진 기사로 신속하게 알리면서 "집회 참가자의 수가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대 규모"라고 소개했다.

AFP통신은 참가자들이 "박근혜 체포", "감옥으로 보내자"라고 외친 구호가 "시위 장소로부터 1.5km 떨어진 청와대에도 들렸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주최측 추산 집회 참가자 150만명은 1987년 항쟁의 100만명을 뛰어넘어 서울에서 열린 집회 가운데 최대"라며 "'인간띠'를 형성한 세 갈래의 시위대가 청와대를 둘러쌌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수많은 촛불을 일제히 껐다가 다시 켜는 행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도 서울에서 처음으로 눈발이 날렸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민중들의 집회참가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며 박 대통령의 두 차례 사과성명이 민중들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신문망은 이날 다른 한쪽에서는 박 대통령의 하야를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집회도 열렸다고 소개했다.

외신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전히 평화로운 집회가 이어졌다는 점을 상세히 다뤘다.

중국 신화통신은 "한국 국민이 평화롭고 축제 형태로 집회의 새 장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BBC방송은 "농부, 승려, 대학생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며 '트랙터 시위'가 무산된 가운데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고 소개했다.

일본 언론들은 특히 탄핵 전망과 검찰 수사 방향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아사히신문은 촛불을 든 집회 참가자들의 사진과 함께 "집회의 기세가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하면 사상 최초의 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한국 검찰이 박 대통령이 최순실 피고와 공모관계라고 인정한 이후 최대의 인원이 집회에 모였다"고 전한 뒤 연합뉴스를 인용해 "대통령이 TV로 집회 상황을 계속 지켜봤다"고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다음 주 초에 탄핵소추안을 확정해 이르면 다음 달 2일 발의할 전망"이라며 "대통령이 보수층의 지지가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 탄핵찬성파를 견제하려고 한다는 시각도 있다"고 알렸다.

박근혜 정권 위기에 따른 국정 마비와 대외정책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한 보도도 눈에 띄었다.

중국 관영 인민망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에서 4%로 다시 떨어지고 집권당인 새누리당 지지율도 12%로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인민망은 최순실 사건 파장이 커지면서 박 대통령이 집권이래 가장 엄중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두 차례 사과에도 민심을 어루만질 수 없었다고도 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통령 스캔들로 한국이 얼어붙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치 드라마가 한국 정부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소동에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약해진 권력 때문에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기 외교정책 대응에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도 "세계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생길 변화에 준비하는 와중에 한국 청와대는 마비됐다"며 미국의 대(對)아시아 정책에서 한국의 역할이 약해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6일자 기사에서 남한의 위기가 북한 김정은 정권에겐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텔레그래프는 탈북자들을 인용해 "남한의 현재 위기가 은둔 독재자인 김정은에게 체제 선전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에서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부근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선 26일(현지시간) 교민, 유학생, 관광객 등 한인 400여 명이 참가한 집회가 있었고 독일의 베를린, 이탈리아 로마,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교민 등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인도 뉴델리의 주인도한국대사관 앞에서도 26일 오후 교민여성모임 '미씨인디아' 주도로 집회가 열려 교민과 유학생 등 30여 명이 "박근혜 대통령을 구속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베이징·도쿄·서울연합뉴스) 진병태 김병규 특파원 김남권 기자 jbt@yna.co.kr, bkkim@yna.co.kr,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