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우려 속 차분히 이동제한 명령 이행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가금농장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이 발동된 주말을 맞아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당국은 방역을 강화하고 이동제한을 점검하는 등 총력을 쏟았다.

농민들은 농가에 피해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차분히 이동제한 명령을 따랐다.

가장 피해가 심한 충북도는 지난 25일 0시부터 가금류 관련 시설·차량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자 축산방역 담당 직원들을 현장에 투입,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지난 16일 처음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26일까지 음성·진천·청주 지역 22개 농장이 감염됐다.

이처럼 충북은 가금류 집단 사육 지역인 음성과 진천을 중심으로 AI가 이미 상당부분 확산한 탓에 이번 이동중지명령과 상관없이 수일 전부터 이동제한조치를 받아왔다.

특히 발생 농장 반경 700m 내 농장들에 대해서도 예방적 살처분을 하면서 출하할 오리나 닭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전라북도 역시 김제시 금구면 소재 육용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짐에 따라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전북도는 전주, 군산, 익산, 정읍, 완주 등 김제시 인접 시군에 거점소독시설 17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시군에도 추가로 8곳을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또 AI 확산방지 및 조기종식을 위해 생산자단체, 계열사, 유관기관 및 방역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전라남도 역시 공무원 445명을 동원해 거점소독시설과 이동통제초소 30곳에서 가금류 축산차량 이동을 감시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양주시에 이어 전국 최대 닭 생산지에서도 이날 오전 고병원성 H5N6 확진 판정이 나오자 수도권 전역으로 AI가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경기도는 첫 의심신고가 접수된 지난 20일 북부청사에 6개 반 25명으로 AI 방역대책본부를 꾸려 AI 확산을 막기 위한 차단방역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 25일 의심신고가 접수된 안성시는 옥산동과 일죽면 화봉리 2곳에 거점소독장소를 마련하고, 소독차 16대를 동원해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25일 농가 1곳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천시도 공무원 900여명이 2인 1조로 3개 거점소독 시설에 배치돼 2교대 방역경계근무에 돌입하는 등 AI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농민들은 이동정지 명령의 취지에 공감하며 차분히 명령을 이행했다.

일부 산란계 농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포천시 영북면의 한 산란계 농장 운영자는 "사료나 분변 처리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지만, 혹시나 출하 못 한 계란이 신선도가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인배 대한양계협회포천채란지부장은 "이동이 통제돼 답답함을 느끼는 농민들도 있지만, 이동제한이 농가를 위한 일임을 잘 알기 때문에 성실히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지난 24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26일 0시부터 28일 0시까지 48시간 동안 전국 가금류 관련 사람, 차량, 물품 등을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다.

(강영훈, 전창해, 홍인철, 전승현, 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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