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선택 자유로워야 집회자유 효과적 보장…항의대상과 집회장소 밀접한 연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 장소가 점차 청와대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경찰이 안전 등을 이유로 번번이 행진구간을 제한하려 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건 데 따른 것이다.

법원은 '집회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집회의 자유'가 효과적으로 보장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넓게 표현의 자유를 허용했다.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따라 그동안 촛불집회 장소는 세종로 사거리에서 율곡로,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까지 확대됐다가 26일 5차 집회에선 청와대 앞 200m 지점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허용됐다.

집회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재판부 설명이 등장한 건 서울에만 100만명이 운집한 제3차 촛불집회(12일)때부터다.

당시 재판부는 광화문 누각 앞을 지나는 대로이자 청와대를 목전에 둔 율곡로 행진을 허용하며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집회의 특수한 목적상, 사직로·율곡로가 집회·행진 장소로서 갖는 의미가 과거 집회들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인 만큼 청와대와 가까운 장소에서 시민들이 집회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19일 열린 4차 촛불집회에서도 법원은 "이번 집회·시위의 목적상 시위나 행진 장소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경찰이 재차 금지한 율곡로뿐 아니라 사상 처음 정부 서울청사 창성동 별관까지 길을 열어줬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집회와 연장선에 있다"는 게 주요 판단 근거였다.

비록 도로 사정상 병목현상이 발생하면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며 야간 행진은 금지했지만, 청와대와 시위대 간 거리를 한층 좁혔다.

법원이 전날 5차 촛불집회의 허용 구간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즉 청와대 턱밑까지 인정한 것도 앞선 법원 결정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5시30분까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의 행진을 허용하며 "이번 집회와 행진 목적은 범죄 혐의를 받는 대통령에 대한 항의와 책임을 촉구하는 데 있으므로, 항의의 대상과 집회·행진의 장소는 밀접한 연관관계에 있다"고 적시했다.

검찰이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 관련자들을 기소하며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한 이후 법원도 '범죄 혐의를 받는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집회와 행진이 허용될 경우 교통 불편이 예상되긴 하지만 교통 소통을 확보해야 할 공익이 집회·행진 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정당화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외교기관 청사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옥외집회를 전면 금지한 집시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2003년 헌법재판소 결정이 토대가 됐다.

당시 헌재는 "집회 장소가 집회의 목적과 효과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다른 중요한 법익과 충돌하지 않는 한 장소 결정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