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수년간 수억원의 뇌물이 오간 사실이 드러났다.

재건축조합장과 브로커, 협력업체들 사이의 ‘검은 고리’가 확인됐다. 뇌물을 건넨 업체는 작업 투입 인원을 부풀려 계약을 맺은 뒤 부당이득을 챙겼다.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은 6600가구를 허물고 2018년 말까지 9510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으로 사업비가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성상헌)는 25일 가락시영재건축조합장 김모씨(56)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재건축 인가를 받은 2003년 이후 조합장을 맡은 김씨는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뒷돈 1억2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건축사업에서 일감을 따내려는 용역업체들이 브로커 한모씨(61)를 통해 김씨에게 현금으로 뇌물을 건넸다. 한씨는 정비사업 관련 조합의 주요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의 전 부사장이다.

브로커 한씨도 용역업체들과 조합장 김씨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몫을 챙겼다. 그는 “조합장에게 청탁을 해주겠다”며 용역업체들로부터 4억7000여만원을 뜯어냈다. 김씨가 지난 8월 구속된 뒤 조합장 직무대행 자리에 오른 신모씨(51)도 한씨로부터 2011~2015년 4400만원을 받았다.

금품을 건넨 업체들은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낙찰업체 선정 기준을 사전에 입수해 입찰 조건을 설정할 시점부터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켰다. 정보기술(IT)·소방감리업을 하는 한 업체는 감리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배치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맺었다. 투입 인원을 조작하고 감리 기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6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김씨나 한씨에게 업체 선정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하겠다면서 용역업체로부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뜯어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회장 최모씨(64)와 법무사 사무실 전 사무장 조모씨(58)도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서울 강동구 삼익그린맨션아파트 재건축조합장도 금품을 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조합장을 구속기소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