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건조해지는 요즘 '피부 건선' 주의보
30대 직장인 윤모씨는 찬바람이 불면 팔다리에 붉은 반점과 하얀 각질이 심해져 사람을 만나는 일이 조심스럽다. 목욕을 자주 하지만 때를 밀지 않은 것처럼 하얀 각질이 몸을 뒤덮는다. 간지러워 손으로 문지르거나 옷을 벗을 때는 비듬처럼 후두두 떨어져 당황스럽다.

윤씨가 앓고 있는 질환은 건선이다. 건선은 은백색 피부 각질로 덮인 붉은 반점이 생기는 질환이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찾아 건선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16만6000여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 상당수가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치료받지 않기 때문이다. 건선은 10~30대에 많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사회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기에 전문의를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선은 악화되다, 호전되다가를 반복한다. 증상이 완화되면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방치해 병을 키우는 일이 많다. 피부가 건조해 생기는 피부질환으로 생각하는 환자가 많지만 건선은 환경 요인과 유전 요인 등으로 발생하는 면역계 질환이다. 피부면역세포(T세포) 활동에 이상이 생기면 염증유발물질이 피부 각질 세포를 자극해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한다. 이 때문에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건선 증상은 팔꿈치 무릎 엉덩이 머리 부분에 주로 발생한다. 손바닥 성기 정강이 손발톱 등에도 생길 수 있다.

건선 초기에는 발진 위에 피부 각질이 새하얗게 덮인다. 더 진행하면 발진이 생긴 피부가 두꺼워지고 발진이 합쳐지면서 병변이 커진다. 좀 더 악화되면 피부 병변뿐 아니라 손가락과 발가락이 뻣뻣해지고 붓는 증상이 나타나는 건선성 관절염이나 척추염이 생기기도 한다. 증상이 심한 건선이거나 건선을 오래 앓을수록 관절염 증상이 심해진다. 건선이 있으면 관절염 외에 심혈관질환이나 비만,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우울증이 생겨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지난해 뉴욕대 의료센터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건선 환자의 우울증 발병 위험은 일반인보다 2배 높다. 변지연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교수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선환자가 많다”며 “전염성이 없는 건선을 전염병으로 오해하는 등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환자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가벼운 건선은 피부에 연고를 바르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된다. 심하면 치료약을 먹거나 광선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생물학적 제제를 쓴다. 증상이 심한 건선환자에게 효과가 좋다. 치료법은 건선 정도와 활성도, 병변 형태, 발생 부위, 환자 나이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건선이 있으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음주와 흡연을 피하고,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 피부가 건조하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때를 심하게 밀면 피부가 자극을 받아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가볍게 씻어내는 것이 좋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건선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평소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박철종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중증 건선으로 진행하면 우울증, 협심증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며 “초기 증상이 있을 때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