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로 또 불거진 '위안부 합의' 논란
우리 정부가 지난해 12월28일 일본 정부와 맺은 ‘위안부 합의’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또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위안부 합의는 일본 정부에 일방적으로 양보한 굴욕적인 담합”이라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최근 혼란한 정국과 맞물려 힘을 얻고 있어서다.

24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이달 중순까지 피해 할머니 23명에게 현금 지급을 마쳤다. 지난해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10억엔(104억원)의 예산을 출연해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대책이다.

지난 8월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은 정부에 등록·인정된 피해자를 대상으로 생존 피해자에게 1억원, 사망 피해자에게는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위안부 합의 당시 기준으로 생존 피해자는 46명(현재 40명), 사망자는 199명이다.

야당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피해 할머니들이 원치 않는 현금 지급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의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위안부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준 굴욕적인 합의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최씨가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안부 합의도 최씨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여가부 고위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재단 사업에 동의한 대다수 피해 할머니의 의견은 무시한 채 일부 피해 할머니들을 앞세워 반대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현금 지급에 반대하는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려고 해도 특정 시민단체가 간섭해 대화조차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나눔의 집 등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은 여가부와 재단 측이 고령의 피해 할머니들에게 현금 지급을 강요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여가부와 야당 및 시민단체가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피해 할머니들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화해·치유재단이 제대로 운영될지도 불투명해졌다. 여가부가 내년 재단 운영비로 신청한 4억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1억5000만원으로 깎였기 때문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12·28 합의에 아쉬운 점이 있다는 건 공감한다”면서도 “현 시국을 이유로 국가 간 외교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