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엘시티(LCT) 특혜·로비의혹으로 구속 수사를 받는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입을 좀처럼 열지 않아 검찰이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적 3개월여 만인 이달 10일 전격 자수하면서 그의 심경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관측이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자물쇠 입'라는 별명을 입증하듯 지난 2주일간 검찰의 끈질긴 설득과 정황증거 제시에도 핵심 의혹을 전면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관계와 금융권 인사에게 골프 접대나 향응을 제공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이 없었고 금품을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딱 잡아떼고 있다.

또 엘시티 사업에 특혜는 없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골프 접대 등도 검찰이 목록을 제시하고 나서야 일부 시인했고, 몇 차례 만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검찰수사가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공사 유치 등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특혜성 인허가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정기룡 전 부산시장 경제특별보좌관을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입건했지만, 아직 금품거래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압수물 분석과 구체적인 혐의 단서를 확인하고 나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현 전 수석을 소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지난 18일 정 전 특보를 소환해 12시간 가까이 조사했지만, 후속 조처를 못 하고 있다.

이영복 회장은 1990년대 후반 부산 사하구 다대지구 택지전환 특혜와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받으면서 '자물쇠 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2년여 도피행각을 벌이다 자수한 이 회장은 검찰의 끈질긴 설득과 압박에도 끝까지 로비 의혹을 부인해 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만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1천800억원의 채무를 져 신용거래가 불가능해진 이 회장이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스타일 덕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이 회장을 구속만료기한 하루 전인 28일 횡령, 사기 혐의로 일단 기소하고 정관계 로비 의혹을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최근 계좌추적 전문 인력을 수사팀에 보강하고 이 회장 주변 인물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관련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는 등 수사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