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이대 특혜' 교수 조사…朴대통령 측, 대면조사 요청 '침묵'

김 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27)에게 올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4일 박태환 측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출석한 관계자는 박태환의 친척으로, 박태환 측이 김 전 차관과 올해 5월 만난 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박태환에게 올림픽 포기를 강요했다는 내용과 관련해 진위를 묻고자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를 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태환 측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5월 25일 박태환 측 관계자,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

당시 박태환 측이 작성한 녹취록에서 김 전 차관은 "(기업 스폰서) 그런 건 내가 약속해줄 수 있다"면서 "단국대학교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라며 회유를 시도했다.

"(박태환과 정부 사이에) 앙금이 생기면 단국대학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기업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대한체육회하고 싸워서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라고 압박도 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김 전 차관의 '출전 포기 종용' 논란이 확산했다.

박태환 측은 문제가 된 당시 대화 내용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9월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18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박태환은 올해 3월 징계가 해제됐으나 '만료일로부터 3년이 지나야 다시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으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뻔했다.

국내 법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등을 거치며 소모적인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으나 훈련량 부족 등으로 인해 전 종목 예선 탈락했다.

김 전 차관은 최씨의 조카인 승마선수 출신 장시호(37)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그룹이 16억여원을 후원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21일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입시 과정과 입학 이후 학사관리에서 부당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대 교수 2명을 전날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 이대는 지침과 달리 면접고사장에 정씨가 금메달을 반입하도록 허가했으며, 정씨가 수업에 거의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출석 대체물을 내지 않았음에도 출석과 학점을 인정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유라씨도 필요하다면 불러 조사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29일까지 대면조사를 다시 요청했으나 이날 오후까지 박 대통령 측으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이 20일 최씨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 '공동범행' 등으로 적고 피의자로 입건한 사실을 밝히자 크게 반발하며 검찰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한 상태다.

이에 검찰은 전날 "29일까지 대면조사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요청서를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한지훈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