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서울대가 ‘법인화 5년’을 맞는다. 서울대는 2011년 12월 국립대에서 국립대학법인으로 탈바꿈했다. 교육부의 직접 통제에서 벗어나 인사와 조직, 재정 등의 측면에서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러려고 법인화했나 자괴감"…서울대, 세계 대학순위 59위→72위 '추락'
하지만 법인화 이후 오히려 서울대의 경쟁력이 후퇴했다는 자성이 일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서울대의 상황을 “내우외환에 빠졌다”고 한다. 안에선 시흥캠퍼스를 놓고 학내 갈등을 겪고 있고, 밖에선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세금 문제로 다투고 있다. 갈수록 중국 대학에 밀려 국제대학 순위는 매년 하락하고 있다. 도쿄대, 베이징대와 함께 ‘아시아 톱3’란 명성도 옛말이 됐다.

“법인화 이후 바뀐 것 없어”

5년 전 우여곡절 끝에 서울대 법인화가 실현됐을 당시 기대는 컸다. 교수와 직원의 인사권과 예산 편성권이 교육부가 아니라 서울대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수익사업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변한 건 없다는 게 교수들의 증언이다. 표면적으로 법인화를 통해 교육부 통제를 벗어났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한 해 예산의 절반가량(4500억원)을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하다 보니 교육부의 예산 심사를 받는다. 한 교수는 “교수 한 명을 뽑거나 학과 기자재를 확충하는 것 하나 마음대로 못하고 모든 게 이전의 틀에 갇혀 있는데 무슨 자율성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최근 교수 9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수들은 서울대의 최우선 과제로 ‘법인체제 안착’을 꼽았다.

법인화로 조직된 서울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도 ‘친박(친박근혜)’ 논란에 휩싸였다. 이사회 구성에 정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불만이 교수 사회에서 팽배하다. 오는 12월 이사진 일부 교체를 앞두고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 등 서울대 교수단체는 2학기 학교가 여는 공식 행사 참석을 거부했다. 서울대가 학내 이사 선임권을 교수들이 갖는 식으로 이사 추천 방식을 개정하면서 교수 달래기에 나섰지만 ‘반쪽짜리 개혁’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자체와 세금 전쟁 중

법인화 이후 서울대가 보유한 땅을 놓고 정부 및 지자체와 세금 다툼만 늘었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대는 수원, 평창에 있는 연구시설을 비롯해 광양 광주 안양 등에 학술림 등 상당한 규모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9월 수원캠퍼스 내 부지에 대해 서울대에 33억여원의 취득·재산세를 부과했다. 서울대가 법인화되면서 국가로부터 무상 양도받은 국유지 대부분이 과세 대상이 돼 수원시가 과세 조치를 내린 것이다. 서울대는 일단 세금을 납부하고 지난 6월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고보조금으로 받은 예산을 지자체에 납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게 서울대의 견해다.

광양시와는 백운산 학술림을 두고 5년째 분쟁 중이다. 광양시는 서울대가 법인화 이후 더 이상 국립대가 아닌 만큼 국유지인 백운산을 점유하기보단 일반 시민에게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의 미사용 부동산 지방세 추징예상액은 법인화 이후 총 354억원, 앞으로 매년 내야 할 세금은 약 23억원에 달한다. 세금 문제 해결을 위한 법인화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국제대학 순위 매년 추락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국제 경쟁력은 크게 추락했다.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즈고등교육(THE:Times Higher Education)이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서울대는 2012년 59위에서 2016년 72위로 밀려났다. THE가 70개국 800개 대학의 순위를 매긴 결과다.

드론,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연구 등 서울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1조원 규모의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도 표류하고 있다. 이 사업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서울대 본관을 한 달 넘게 점거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법인화 이후에도 충분한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학내외 소통을 강화해 갈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