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지위·권한 기재…"기업체에 직무상·사실상 영향력"
"재정 및 경제정책·사업자 선정·인허가 등 직·간접적 권한"

검찰이 비선 실세 의혹 사건의 공소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관해 상세히 기술해 눈에 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공소장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피고인 3명에 이어 박 대통령의 지위, 역할 등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이들과 각종 범죄 혐의를 공모했다고 보고 사실상 동등하게 공소장에 기재한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설명은 단 한 문장이었지만, 분량이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많았고 구성도 달랐다.

통상 피고인의 경력 위주로 서술한 뒤 말미에 업무를 요약하는 형태가 많다.

이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역할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이라고 한 뒤 "2013년 2월 25일부터 대한민국 헌법에 따른 국가원수 및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도시, 주택, 군사시설, 도로, 항만 기타 사회 간접시설 등 대형건설 사업 및 국토개발에 관한 정책, 기업의 설립, 산업구조조정, 기업집중 규제, 대외무역 등 기업활동에 관한 정책, 부동산 투기억제, 물가 및 임금 조정, 고용 및 사회복지, 소비자 보호 등 국민 생활에 관한 정책, 통화, 금융, 조세에 관한 정책 등 각종 재정, 경제 정책의 수립 및 시행을 최종 결정함과 아울러 이와 관련해 소관 행정 각부의 장들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 신규 사업의 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 직접적·간접적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각종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서술은 이번 사건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로 경제정책 관련 역할, 그중에서도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적 지위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등의 과정에서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직권남용·강요 등의 범죄에 가담한 점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피고인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