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지 위축, 기업·금융계 추진력 분산…사업 불확실성 증가

한국수자원공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재추진하는 유니버설스튜디오 유치사업이 최순실 사태로 불똥을 맞았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금융권 등의 다자 협의체로 구성된 사업주체 측이 이번 사태로 추진동력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USK)' 측에 따르면 유니버설스튜디오 유치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며 협상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 8월 한차례 연기된 사업협약 체결이 기한(12월) 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5조원 이상을 투입해 2020년까지 경기도 화성에 유니버설스튜디오, 한류테마파크, 워터파크 등을 유치해 송산국제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이번 사업에는 대우건설, 중국 국영 건설사, 중국여행사 등 5개 기업과 수자원공사, 경기도, 화성시, 산업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업과 기관이 다양한 만큼 협상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사업 추진 의지가 협상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왔다.

2012년 한차례 무산된 사업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재추진했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수자원공사가 현물(토지) 출자방식으로 참여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게 한 것도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정치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협상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당장 수자원공사가 현물을 출자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려면 국토부와 기재부가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게 됐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더디긴 했지만, 협상이 진행됐는데 최순실 사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당장 현물 출자를 하려면 국토부와 기재부가 움직여야 하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답답해했다.

조선·해운업을 필두로 국내 산업 구조조정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산업은행의 지원 여력에 의문이 생기면서 금융권에 번진 불안감도 걸림돌이 됐다.

수자원공사는 산업은행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연기금 등의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지만 어느 정도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지자체 역시 정치권과 중앙 정부의 혼란 등으로 사업추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유니버설스튜디오 유치사업에도 최순실 비선실세의 손길이 닿은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면서 사업 당사자들의 허탈감은 커졌다.

송산국제테마파크 우선협상대상자 컨소시엄 주관사 관계자는 "사업성 자체가 아닌 정치공학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아 이해 당사자들의 협상 추진동력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성을 위해 정책자금의 초기 투입이 필요한 것을 특혜로 볼 것이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 이를테면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여행객 유치 등의 객관적인 파급 효과를 고려해 유니버설스튜디오 유치사업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young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