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경희대 등서 수능 후 첫 수시 논술고사
의대 등 최상위권 학과는 등급컷 탈락 우려 결시생 속출


대학 수학능력시험 이후 처음 열린 수시 논술고사가 치러진 19일 고사장에서 만난 수험생들은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었다.

이번 수능이 어렵게 출제된 '불수능'인 탓에 등급컷이 예년보다 크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수시전형에서 승부를 보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시내에서는 오전 8시40분 성균관대를 시작으로, 오전 9시 한양대와 경희대, 오전 9시30분 서울여대, 오전 10시 세종대 등이 수시 논술고사를 치렀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종로구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앞 사거리 횡단보도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내려 고사장으로 향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로 인산인해였다.

교통 경찰관들은 경광등을 들고 호루라기를 쉴 새 없이 불며 교통정리에 나서 수험생들이 신속하게 고사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했다.

입실 시간이 다가오자 헐레벌떡 뛰어들어가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성균관대에선 입실 마감시간 5분 전인 오전 7시55분이 되자 일부 수험생들이 학교 입구부터 고사장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질주했고, 순찰차를 타고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학생도 있었다.

수험생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잘 보고 오겠다"며 학부모를 뒤로하고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꼭 안아주거나 등을 두들겨주며 기운을 불어넣었다.

자녀를 고사장으로 들여보낸 학부모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가 고사장에 입실한 뒤에도 건물 입구에서 발걸을음 쉽사리 떼지 못했고, 안쓰러운 마음에 뒤돌아 눈물짓는 이들도 있었다.

교내 벤치와 인근 카페는 수험생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발디딜틈 없었다.

바짝 마른 입술로 기도를 하거나, 두손을 꼭 모으고 자녀의 선전을 기원했다.

'예비' 후배들을 위한 재학생들의 응원전도 펼쳐졌다.

성균관대 교내 방송은 "수능 점수는 별것 아니고 논술만 잘 보면 된다"라며 응원방송을 하기도 했고, 한문학과 16학번 학생 6명은 직접 고사장 앞에 나와 "논술 잘 보세요"라고 외치며 예비후배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이날 만난 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려웠던 수능 시험 탓에 수시전형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성균관대에서 만난 학부모 이규만(52)씨는 "딸이 수능을 잘 본 것 같지 않아서 정시보다는 수시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오늘 논술고사에서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에서 만난 학부모 조모(47)씨는 "딸이 원래 다른 학교 정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능이 너무 어렵게 나와서 논술을 보러 왔다"면서 "6개 학교에 수시 지원을 했는데 나머지 학교도 모두 논술고사를 보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논술고사를 치른 김모(19·여)양은 "고사장에 빈자리는 별로 없었으며 수시에 지원한 6개 학교 중 정시로도 갈 수 있는 1곳을 뺀 5개 학교에 모두 응시할 것"이라며 "논술이 변별력이 커 내신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고사장 안 빈자리는 많지는 않은 분위기였다고 수험생들은 전했지만, 의·치의예과를 비롯한 일부 상위권 학과의 경우 수능 등급 최저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결시생들이 속출했다.

경희대 치의예과에 지원한 수험생 변민우(22)씨는 논술고사를 마치고서 "고사장에는 빈자리가 절반 이상인 60∼70% 정도 됐다"면서 "이번 수능이 어려워 논술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오늘 시험을 보러왔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최평천 기자 s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