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씨→대통령→안 전 수석' 지시 구도 의심

안종범(59·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가 실소유한 회사의 홍보자료를 대기업들에 직접 돌린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1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안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 간담회 후 기업들에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의 팸플릿을 건넨 것을 확인하고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최씨의 최측근 차은택(47·구속)씨 주도로 지난해 10월 설립된 플레이그라운드는 최씨가 지분 50% 이상을 차명으로 보유하는 등 사실상 최씨의 회사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설립 6개월만인 지난 5월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행사를 따내고 올해 5월∼9월 기아차에서 63억원, KT에서 55억원의 광고를 수주하는 등 정권 차원의 특혜를 입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검찰은 대기업에 팸플릿을 돌리며 일감 몰아주기를 압박하고 최씨의 이권을 챙겨준 안 전 수석의 행위가 '직권남용' 혹은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집중 추궁 중이다.

특히 검찰은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이권과 관련한 민원을 직·간접적으로 넣고, 대통령이 이를 다시 안 전 수석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삼각 구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의 혐의에 공범이 된다.

안 수석의 이 같은 대기업 광고 몰아주기 압박 정황은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그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안 전 수석이 몸에 지니고 다녔던 이 리스트는 휘하 직원이 최순실·차은택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컴퓨터 파일로 정리해 출력한 것이다.

리스트엔 재단 설립 관련 일정, 인사 청탁 경과 등의 사항이 도표 형태로 열거돼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리스트를 여러 장 확보해 청와대 일정과 맞춰보면서 최씨와 차씨 등의 사익 추구 행위와 연관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박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는지 확인 중이다.

다만,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에서 알아서 한 일을 왜 나에게 물어보느냐"며 안 전 수석의 행위를 일절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