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고성 방가·오토바이 폭주 풍경 사라져…촛불집회 참석도
시험 다음날 차분히 가채점…팍팍한 현실에 아르바이트 계획도


고성방가, 오토바이 폭주 등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의 일탈로 얼룩졌던 수능일 밤이 달라졌다.

2017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17일 오후 7시께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는 여느 평일 저녁과 다름없이 차분했다.

청주 대표 번화가로 꼽히는 곳이지만, 수험생의 일탈로 인한 소란스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중심가에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려 촛불을 든 시민들이 모였다.

시험을 막 마치고 고사장을 나온 수험생들은 교문에서 가족과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삼삼오오 모여 의류 판매장에서 쇼핑백을 들고나오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해방감을 만끽하려고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며 거리를 활보하던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성안지구대 관계자는 "방범순찰대와 합동 순찰했지만, 수험생 관련 사건이나 소란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오히려 평소보다 차분했던 편"이었다고 전했다.

19일 오후 5시 성안길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에도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경찰은 예상하고 있다.

수능을 치른 최모(18)군은 "수능이 끝났다고 해서 술을 마시는 등 맘껏 즐기겠다는 친구들은 주변에서 못 봤다"면서 "어수선한 시국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걱정하는 모습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충청북도교육청이 이날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성안길, 충북대 중문 등 청주 번화가 9곳을 대상으로 생활지도에 나선 결과 역시 고성 방가, 음주·흡연 등 수험생 일탈 행위로 인한 생활지도 건수는 한 건도 없었다.

수능 다음날인 18일 오전에도 수험생들은 교실에서 자신의 점수를 가채점하며 차분히 입시 전형을 준비했다.

충북도교육청 황대운 생활지도 담당 장학사는 "일탈 행위가 많았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면서 "불황에 취업 등 미래를 일찌감치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능일 저녁 PC방에서 수험생끼리 싸운다는 신고가 1건 접수되긴 했지만, 큰 소란은 없었다"면서 "오는 23일까지 특별 순찰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log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