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징역 4년→3년으로 감형…"범행 동기 참작할 점 있다"

생활고, 우울증 등에 시달리던 끝에 장기간 질환을 앓아온 남편을 살해한 70대 할머니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73·여)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범행 동기에 참작할 점이 있다"며 징역 4년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23일 오전 7시 30분께 집 안방에서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다.

그는 남편이 자살을 시도해 의식을 잃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런 범행을 했다.

부부는 최근 5년간 별다른 수입 없이 연금 30만원, 아들이 주는 용돈 등으로 어렵게 생활해 왔다.

A씨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병간호하며 8년 전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지난해부터는 수면제 처방을 받아 복용해 왔다.

남편도 공황장애 등으로 최근 10여년 동안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을 복용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살을 결심한 뒤 홀로 남겨질 남편이 자식들에게 부담될 것을 걱정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남편이 먼저 자살을 시도해 혼절해 있던 상황에서 범행이 이뤄졌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살을 기도하고 있는 남편을 구호하지 않고 살해했다"며 "사람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이를 앗아가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어 피고인 책임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을 시인하며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고 유족인 자녀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