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정관계, 법조계, 국가정보원의 고위 인사들이 엘시티(LCT) 이영복(66) 회장과 연관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먼저 부시장급인 부산시 경제특보가 엘시티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정기룡(59) 부산시 경제특보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엘시티 개발사업 시행사인 엘시티 PFV 사장을 지냈으며, 엘시티 각종 인허가에 개입한 것 아닌가 하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정 특보는 "전문경영인으로 일했을 뿐이고, 인허가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부산시청에서 정년퇴직한 기술직 고위 인사 등 고위 관료들이 퇴직 후 엘시티 시행사에서 일했다는 얘기가 줄을 잇고 있다.

부산 법조계 고위 인사들도 이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장으로 퇴임한 한 전관 변호사는 현재 이 회장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돼 있다.

검사장인 부산지검장 출신 다른 전관 변호사도 수사 초기 이 회장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됐다가 사임했지만, 여전히 이 회장 측에 법률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한 측근은 "이 회장은 다대·만덕 택지전환 특혜 사건 때 처벌을 받아서인지 법원과 검찰 인맥관리에 특히 많은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전·현직 국정원 간부들도 이 회장과 가까운 사이며, 한 인사는 이 회장이 세운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의 바지사장을 맡을 정도로 끈끈한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부산지부 처장을 지낸 A(66)씨는 지난해 4월 이 회장이 만든 페이퍼 컴퍼니의 대표를 맡았다.

이 회사는 설립 1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이 회장이 실제로 소유한 G사로부터 부동산을 사들이고 이를 담보로 부산은행에서 230억대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사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검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전직 국정원 간부의 개입에 대한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 4월께는 국정원 간부가 엘시티 사건을 내사하는 부산지검 동부지청 고위 간부들과 함께 해운대 식당과 고급 술집에서 이 회장으로부터 술이 포함된 접대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같은 로비가 이 회장의 잠적과 3개월여간의 도피, 엘시티 사건이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부산지검으로 재배당되는 데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대검찰청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엘시티 시행사 실질소유주인 이 회장은 정관계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한 로비 혐의에 대해 입을 열고 있지 않지만, 엘시티 시행사의 570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의혹을 캐는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