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민의당 "퇴진국면 물타기" 비판 속 박지원 "낭보" 반사이익 기대
의혹 무대는 '부산'…새누리·민주 의원 포진, 국민의당 全無
민주, 의혹시선 불식 주력…秋 "우리당 누구도 연루자 없음을 약속"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야권의 두 축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대응에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의혹을 바라보는 두 야당의 시각에 기본적 차이가 있는데다 검찰수사의 전개 양상에 따라 정치적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최순실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문제를 넘어 대권지형에도 방향과 폭을 알기 어려운 파괴력을 몰고올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일단 제 1·2 야당인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이 전국민적인 퇴진 압박을 받는 시점에 철저한 수사 지시를 한 것은 국면전환용 '물타기'라는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마땅하지만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이다.

양당은 대변인을 통해 공히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외면하고 퇴진 국면을 벗어나려는 꼼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자가 생각하는 셈법은 달라 보인다.

먼저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엘시티 비리 의혹의 무대가 PK(부산·경남)의 심장부인 부산이란 점에서 긴장도가 다르게 느껴진다.

부산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포진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전무하다.

비리 의혹의 연루자가 부산지역 정치인일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나도는 가운데 국민의당은 다소 느긋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지역적으로 국민의당이 이번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자신감이 터잡고 있다.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 소식에 "낭보"라고 표현한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언급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원천적으로 이번 비리 의혹과 무관할 수밖에 없어 어떤 수사 결론이 나더라도 수혜자가 될 것이란 계산이란 지적이다.

나아가 새누리당과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연루될 경우 두 당의 이탈 지지층이 중도 실리를 표방한 국민의당으로 흡수될 것이란 일말의 기대감도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권지형에도 변화를 몰고올 수도 있다는 국민의당의 속내로 보인다.

야권의 대권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들이 PK에 적지 않게 포진하고 있어 이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연루가 확인되면 문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열기가 최고조로 치닫던 16일 박 비대위원장이 공식회의 석상에서 엘시티 의혹을 거론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은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정치인"이라고 한 데 주목한다.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 퇴진 국면에 묻혔던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측면이 없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를 고리로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대한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며 박 대통령 수사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박 비대위원장은 17일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를 비판하면서 전날의 '스탠스'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반격을 시작해 자신에 대한 수사는 변호인을 통해 온몸으로 막고 엘시티 게이트만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자기모순과 이중잣대는 참으로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혹여나 민주당으로 향할지 모를 의혹의 시선을 불식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부산 정치인이 있다는 것만으로 구설에 오를 경우 자칫 제1야당으로서의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추미애 대표는 전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지역이 부산이니 야당도 적당히 연루돼 있을 것이란 정치공작에 선동될 국민이 아니다.

우리당의 누구도 부패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