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등 7개 대학 법인이 지난해 법정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단이 부담해야 할 교직원 4대 보험료, 퇴직수당 등을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 사립대 151곳의 법정부담금 평균 부담비율이 48.1%에 불과해 사립대 재단의 재정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명무실한 일부 사립대 재단

숙명여대·대구대 등 7곳 법정부담금 한 푼도 안 냈다
15일 대학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 자료(2015년 3월~2016년 2월)에 따르면 전국 151개 사립대 재단 중 숙명여대 신한대 신경대 서남대 상지대 대구대 한국국제대 등 7곳이 법정부담금을 못 낸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부담금이란 교직원이 사학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할 때와 퇴직수당을 지급할 때 법인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 중에선 유일하게 숙명여대 재단이 ‘부담금 제로’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 중 서남대 신경대 상지대는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D등급 이하 판정을 받은 ‘부실 대학’이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재단 재산이 학교 부지 등 토지에 집중돼 있어 뚜렷한 수익사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사립대 151곳의 법정부담금 평균 부담비율은 48.1%에 그쳤다. 76곳의 대학법인은 법정부담금 기준치의 절반도 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운대(0.7%) 서강대(1.9%) 성신여대(3.0%) 세종대(4.9%) 서울여대(5.0%)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비해 성균관대와 덕성여대 재단 등 39곳은 법정부담금을 100% 냈다.

◆대학 구조조정 서둘러야

대학 재단들이 법정부담금조차 제대로 못 내는 이유는 수익원이 메말라서다. 부담금 재원으로 쓰기 위해 사립대 재단들이 확보해야 할 수익용기본재산만 해도 기준치에 턱없이 모자란다. 각 재단이 보유한 토지 등 수익용기본재산에서 나온 수익이 법정부담금 총액의 59%(2월 말)에 불과하다.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기본재산 대부분이 토지 등 저수익 자산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저금리로 인해 재산을 운용해봐야 수익률이 기준치(연 3.5%)를 밑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수익용기본재산 수익률 기준치를 낮추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수익률을 높여 대학 운영비를 부담하도록 해야 하는 마당에 교육부가 사학 재단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재단이 부담해야 할 돈을 대학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현실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부속병원 적자도 사학 재단의 재정을 부실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서울 대형 사학재단조차 병원 운영비를 등록금에서 빼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지방의 가난한 대학 재단들은 총장 선임 등 인사권을 포기할 테니 전입금 납입 의무를 면제해달라고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대학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법정부담금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사학재단이 교직원 채용 때 내야 하는 사학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비와 교직원 퇴직수당.

임기훈/박동휘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