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관련성·대가성 부인 전략…"뇌물 아닌 선의로 기부"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가 과거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노재영(65) 전 군포시장을 성공적으로 변호한 적이 있어 눈길을 끈다.

당시 고위 공직자의 뇌물 및 제3자 뇌물 혐의 등이 쟁점이 된 사건에서 유 변호사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부인하고 일부 뇌물 기부는 '선의'로 제공한 것이라는 논리를 구사했다.

물론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관계는 매우 다르지만, 적용 법리나 논리에서 현 상황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유 변호사는 2009년 11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 전 시장의 형사 사건을 맡아 변호했다.

노 전 시장은 앞서 현직 시장으로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비서관 등 측근을 시켜 관할구역 내 업자 등에게 자신의 변호사 선임료를 대납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또 노 전 시장의 비서관 유모(61)씨는 한 건설업자로부터 산업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한 청탁을 받고, 노 전 시장을 위한 재판 비용 충당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서 유 변호사는 1심부터 3심까지 내리 두 사람 변호를 맡아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냈다.

1심은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노 전 시장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4억4천만원을, 유 전 비서관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1천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노 전 시장은 법정 구속됐다.

하지만 2심은 원심의 주요 유죄 판단을 무죄로 뒤집었다.

유 변호사는 1차적으로 금품 수수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부인하고, 2차적으로 설령 뇌물이라 인정하더라도 수차례 나눠 수수한 금품을 포괄일죄(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한 개의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해 하나의 죄를 구성하는 경우)로 처벌할 수 없으며, 뇌물액은 무상 대여로 인한 금융 이익(이자) 상당액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이는 뇌물 혐의 피고인 측의 전형적인 주장이다.

유 변호사의 변론은 적중했다.

2심은 재판 비용 대납과 노 전 시장의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검찰이 뇌물 기부자로 특정한 유 전 비서관 등이 노 전 비서관을 '선의'로 도우려 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2심은 또 유 전 비서관의 제3자 뇌물취득 혐의에 관해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금품을 제공한 건설업자의 산업단지 사업자 지정 여부와 시장의 직무가 연관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2심은 노 전 시장을 벌금 500만원과 추징금 3천만원으로, 유 전 비서관을 징역 1년과 벌금 1천만원으로 각각 크게 감형했다.

1심 선고와 함께 구속됐던 노 전 시장은 석방됐다.

대법원은 2010년 11월 이런 원심을 확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 변호사가 과거 중소 법무법인에 근무할 때 다수의 형사 사건을 맡았다"며 "개중에 군포시장 뇌물사건이 여러 검토 법리를 볼 때 이번 비선 실세 의혹 사건과 가장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