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올해부터 면접 복장 자율화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면접 복장 자율화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신한은행 제공
“모바일 뱅킹으로 인해 고객이 영업점을 찾지 않는다. 당신이 지점장이라면 어떤 전략을 짜겠는가?”(신한은행 창의력면접 주제) “20대 고객을 위한 마케팅 전략은?”(우리은행 기획안 만들기면접)

지난주 치러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면접 시험 때 나온 질문이다.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줄고 있는 데다 모바일 뱅킹, 핀테크(금융+기술)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위기에 처한 은행들의 경영 환경이 반영됐다. 국민은행도 토론면접 주제로 ‘인공지능(AI) 발달이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은 뭘까’를 묻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의 올 하반기 채용 면접이 한창이다. 국민·우리·신한·기업은행은 이미 1차 면접을 끝냈다. 지난달 말 뒤늦게 채용을 시작한 농협은행은 13일 필기시험을 거쳐 12월 초 면접을 치를 예정이다. 은행권 위기의 영향 탓인지 올해 은행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15일 1차 면접 합격자를 발표한다.

신한은행 ‘평상복 면접’ 도입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평상복 면접’을 도입했다. 은행 측은 면접 안내 메일을 통해 ‘미용실 가지마세요, 불필요한 돈 쓰지 마세요, 정장 입고 오지 마세요, 평소 모습이 보고 싶어요’란 메시지를 보냈다. ‘평상복이란 평소 학교 수업 복장’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달아 지원자들의 혼란을 없앴다. 면접에 참여한 이모씨(24)는 “복장이 고민됐지만 그냥 편안한 옷을 입고 갔더니 정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오거나, 부츠나 운동화를 신고 온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다. 신한은행 측은 지방 면접자를 위해 숙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기흥연수원에서 치러진 종일 면접은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끝났다. 진행방식 설명→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1 대 9 토론(3시간)→점심식사, 티타임→적성검사→인성면접→창의력면접(3분 발표)→동영상 감상 순으로 이뤄졌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채용부터 1 대 9 집단토론 면접을 도입했다. 올해의 주제는 ‘짧고 굵게 살 것인가 vs 길고 가늘게 살 것인가’ ‘결혼은 사랑인가 현실인가’ ‘콩쥐와 신데렐라 누가 더 셀까’ ‘삼겹살과 소주, 치킨과 맥주 중 한국인이 좋아하는 것은’ ‘세상에 양념이 없다면 소금과 설탕 중 어느 것을 포기할 것인가’ 등이었다.

점심식사 후에 치러진 창의력면접은 주어진 주제에 대해 30분간 정리한 뒤 면접위원 앞에서 3분간 발표하는 식이었다. 창의력 면접에선 ‘동그라미, 삼각형, 사각형, 알파벳A로 마인드맵을 그려보시오’ ‘모바일뱅킹·인터넷뱅킹 등 고객들이 은행을 찾지 않는 상황인데 본인이 지점장이라면 어떤 전략을 쓸 것인가’ ‘금융과 다른 산업(정보기술, 제조업, 유통, 식품 등)을 연결해 새로운 전략을 짜보시오’ 등의 문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20대 고객 유치 방안’ 기획안

우리은행은 서류전형 합격자 900명을 24개 조로 나눠 매일 200여명씩 나흘간 면접을 치렀다.

안성연수원에서 치러진 종일면접은 심층 인성면접→세일즈 스킬면접→점심식사→기획안 만들기→팀프로젝트 집단과제→인적성검사 순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최종 임원면접 때 한 인적성검사는 올해는 실무면접으로 옮겨졌다.

심층 인성면접은 ‘왜 은행원이 되고 싶은지’ 등 지원 동기에 대해 지원자가 준비한 3분가량의 프레젠테이션을 바탕으로 면접위원이 질문하는 방식이다. 실무면접에서 가장 비중이 큰 면접이다. 단순한 자기소개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능력 위주로 어필한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세일즈면접은 은행원의 영업력을 평가하기 위해 대부분 은행들이 도입하고 있는 면접 방법이다. 주어진 은행 상품을 면접위원에게 파는 역할극(롤플레잉) 형식이다. 지원자가 적극적인 고객 응대 능력과 서비스 마인드를 갖고 있는지 평가한다. 올해는 ‘우리은행의 가나다카드를 팔아보시오’란 주제가 나왔다.

기획안 제작면접은 우리은행이 올해 처음 도입한 면접이다. 주제는 ‘20대 고객 유치 마케팅 방안’이었다. 지원자가 직접 PC로 기획안을 작성해 면접위원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보고서 작성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문서로 전달하는 능력을 평가했다.

집단과제면접은 조별로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발표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을 위한 나만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등의 문제가 출제됐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