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그 주변의 소위 비선라인 수사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누는 상황이 됐다. 안종범 우병우에 이어 어제는 이재만 안봉근 등 최측근까지 검찰에 소환됐다.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이미 확정적이고, 시기 또한 늦어도 내일까지라고 들린다. 검찰 쪽에서 들려오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일단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과 함께 이 경우 뇌물죄 등의 적용까지 검토되는 모양이다. 새삼 하나하나 따져보기도 힘들 정도로 유감스럽고 개탄스런 상황이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돼버린 지극히 비상식적 국면이지만, 제1야당의 대표와 대통령의 회담까지 거론됐었다. 아무리 정치는 정치라 해도 이렇게 비정상적일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검찰의 책무는 더없이 중요해진다. 아직도 정치적 상황이나 곁눈질하면서 과거식으로 수사의 ‘모양새 만들기’나 꾀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물론 광화문 광장의 함성을 의식한 과잉도 있을 수 없다. 오직 사실과 진실을 좇아가되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와 처분, 그 이상도 그 이하의 길도 없다.

검찰로서는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한참 뒤늦은 늑장수사라는 비판이나 우병우 심문 때 불거진 ‘황제조사’ 시비부터 털고 싶을지 모른다. 수십년동안 검찰이 독차지 해온 기소독점권을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또 다른 유혹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판단’도 ‘대중의 압박’도 물리쳐야 나라와 국민이 살아날 수 있다. 엄정하되 최대한 빠른 수사라야 국가의 혼란이 수습의 길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