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 시작…돈 전달자 진술 탄핵에 주력
검찰 "成, 횡령수사 때부터 홍준표 거론…다른 사람과 차별화해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측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금품 공여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열린 홍 지사의 2심 공판준비기일에서 홍 지사 측변호인은 "돈을 전달했다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엔 너무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많다"며 "항소심에서 윤씨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윤씨가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홍준표 의원 사무실에서 돈을 전달했다는데, 당시 윤씨가 걸어갔다는 의원회관 지하 통로는 공사 중이어서 통행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회관으로 들어가려면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1억이라는 돈을 들고 어떻게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윤씨의 이 같은 진술에 대해 현장검증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당시 홍 지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을 받을 이유고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과거 당 대표 선거에서 돈이 많이 사용돼 문제가 되자 투표인단을 대폭 늘려 돈을 쓸 수 없도록 만들어놨다"며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라곤 문자 보내는 방법밖에 없어서 돈이 많이 안 든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윤씨가 정치부 기자생활을 하면서 의원회관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당시 의원회관이 공사 중이었다는 대목에서 조금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긴 하나 돈 줬다는 점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맞섰다.

검찰은 특히 "이 건은 공여자가 있고, 횡령사건 수사 당시에도 성 전 회장은 한장섭 전 부사장과 비자금 사용처를 확인하면서 홍 지사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며 "메모지에 있는 다른 사람과 홍 지사는 차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재판부는 이 전 총리에 대한 성 전 회장의 생전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어 검찰과 변호인단의 증거 신청을 받고, 이후 정식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지난 9월 홍 지사가 성 전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홍 지사가 현직 자치단체장인 점을 감안해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생전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고, 다른 사람의 진술내용과도 부합한다며 유죄 입증의 자료로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