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재단 관련 대기업 총수 추가 독대 가능성도 제기

박근혜 대통령이 올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개별적으로 만나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이미 알려진 작년 7월 비공개 면담 외에도 대기업 총수들을 따로 만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14일 취재진과 만나 "박 대통령이 올 2월 최 회장을 독대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겸한 공식 간담회를 하고 재단 설립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주요 기업 총수 7명과는 별도의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면담 대상자로 거론된다.

SK측에서는 교도소 복역 중이던 최 회장 대신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독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최 회장을 만난 것은 올 1월 K스포츠재단이 설립된 직후다.

작년 7월 비공개 면담 대상에서 빠진 최 회장을 직접 만나 재단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독대가 K재단 측이 SK에 8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현식(63)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2월 29일 SK를 찾아가 80억원 투자 유치를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시기적으로 박 대통령과 최 회장 간 면담 시점과도 겹친다.

정 전 사무총장은 당시 K재단 측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씨의 개인회사인 독일 소재 비덱스포츠로 돈을 입금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요구는 4월까지 두차례 더 있었다고 한다.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SK 추가 지원은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오는 등 상당히 깊이 관여했다는 진술도 했다.

박 대통령과 최 회장간 면담 이후 안 전 수석이 적극 나서 추가 지원을 독려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SK 측은 사업의 구체성 결여와 과도한 금액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결국 추가 지원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3∼14일 김창근 의장과 최태원 회장을 차례로 불러 당시 개별 면담이 이뤄진 경위, 박 대통령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 요청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올 2월 최 회장 외에도 여러 대기업 총수를 추가 독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언론은 박 대통령이 2월 17일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미르·K스포츠재단 사업과도 관련이 있는 문화·스포츠 분야 지원방안을 발표한 다음 날 일부 대기업 총수를 불러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7월 면담에서 제외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2∼3월께 박 대통령을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5월 K스포츠재단의 요청에 따라 7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총수 일가의 경영 비리와 관련한 검찰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았다.

일각에선 최 회장 사면·복권과 100억원이 넘는 SK측 재단 출연을 연결짓는 분석도 있다.

수백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된 최 회장은 복역 2년 7개월 만인 작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받아 출소했다.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11억원을 출연해 삼성(204억원), 현대기아차(128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지원 규모가 크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