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총수들이 일요일 오후 줄줄이 검찰에 나와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순실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차려진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13일 밤 11시께 집으로 돌아갔다.

구본무 회장은 조사를 마치고 중앙지검 지하주차장에서 검은색 승합차 뒷좌석에 올라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구 회장은 LG그룹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14일 오전 1시 20분께까지 조사를 받았다. 승용차 뒷좌석에 탄 손 회장의 얼굴을 옆에 앉은 다른 관계자가 휴대전화로 가린 탓에 표정이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이 어떤 경위로 마련됐는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7월 24일 청와대로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오찬을 겸한 공식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 대통령은 공식 행사 때 "한류를 확산하는 취지에서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주문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총수들은 이날과 다음날에 걸쳐 청와대와 외부 모처에서 개별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을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통령이 모금에 직접 관여한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총수들이 대통령과 만남에서 '민원'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14일 오전 1시 30분께까지 조사를 받은 뒤 지하주차장에 준비된 차를 타고 귀가했다. 검은색 제네시스 속 최 회장은 피곤한 듯 몸을 깊이 뒤로 젖힌 모습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수감 중이어서 개별 면담은 하지 않았으나 검찰은 SK가 두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자였다고 보고 최 회장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비공개 면담에 참석한 김창근 SK 수펙스 의장도 앞서 검찰에 나왔다.

SK는 111억 원, LG는 78억 원, CJ는 13억 원을 각각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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