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경고방송·소화포에도 꿈쩍 않자 공용화기 사용

"실탄 장전! 경고 사격 준비되면 보고!"

12일 오전 11시 16분 인천 소청도 남서방 68㎞ 해역. 중부해양경비본부 소속 함정 516함(500t급)에 비상이 걸렸다.

100t급 중국어선 4척은 먹이를 노리는 상어 떼처럼 516함 주변을 선회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516함 스피커에서는 우리 해역 침범을 경고하는 방송이 중국어로 쉴 새 없이 흘러나왔지만, 중국어선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들 중국어선은 차례로 파도를 가르며 516함의 좌우 측면을 향해 돌진했다.

516함은 전진하며 중국어선의 공격을 피했지만 불과 수m 간격으로 충돌을 모면하는 등 긴박한 순간이 이어졌다.

이날 일촉즉발의 상황은 500t∼3천t급 함정 5척으로 이뤄진 중부해경 기동전단이 소청도 인근 해상에 출동, 우리 해역을 넘어온 중국어선 30여척과 맞닥뜨리면서 시작됐다.

해경 기동전단은 이들 중국어선을 향해 경고방송을 하고 우리해역 침입을 막는 '차단기동' 작전을 펼치며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중국어선은 해경의 경고를 무시하고 특정금지구역을 5.5㎞까지 침범하며 저항했다.

특히 중국어선들은 미리 계획한 듯 무리를 지어 각 해경 함정을 선회하거나 따라다니다가 돌진하면서 '충돌위협'을 감행했다.

인천해경 1002함(1천t급)은 소화포를 발사하며 이들의 '도발'에 대응했지만 중국어선들은 해경대원들의 승선을 막기위해 어선 좌우에 쇠창살을 설치하는 등 더욱 극렬히 맞섰다.

해경은 기동전단 함정들이 중국어선들과 충돌해 침몰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무기사용 매뉴얼에 따라 공중을 향해 경고사격을 했다.

경고사격에도 중국어선들이 꿈쩍하지 않자 M60 기관총의 총구는 어선을 향했다.

불을 뿜으며 발사된 총탄이 굉음을 내며 바다에 물보라를 일으키자 위협을 느낀 중국어선들은 점차 속도를 늦추며 뱃머리를 돌렸다.

인천해경은 중국어선들이 이날 낮 12시58분께 모두 퇴거했으며 피해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해경 피해는 없었다.

해경 관계자는 13일 "소청도 인근 해역에 출몰하는 중국어선들은 100t급 이상 철선으로 선체가 비교적 튼튼하다고 생각해 충돌위협도 서슴지 않는다"며 "이들 중국어선의 불법행위에 대응하고자 공용화기 사용 방침을 세운 만큼 매뉴얼에 따라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tomato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