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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민중총궐기와 하늘과 땅 차이…질서정연하게 충돌 자제
"평화집회가 효과적이라는 사실 10년 촛불집회 역사 속 체득" 평가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는 사상 최대인 100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였지만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되고 있어 성숙한 시민 의식이 빛났다는 평가다.

이날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내자동 로터리에서 시민들과 경찰의 간헐적인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점만 빼면 집회는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성숙한 시민의식은 집회가 열린 서울시청광장, 광화문광장, 율곡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외치며 청와대를 향해 분노어린 한목소리를 냈지만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일부 흥분한 시민들이 경찰에 시비를 걸거나 경찰 버스 위에 올라가면 다른 참가자들은 '평화 집회'를 외치며 자제시켰다.

1년 전 민중총궐기에서 참가자와 경찰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이어지면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끝내 숨졌던 것과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다.

가족이나 연인, 중고생 등 일반 시민이 대거 참가하는 등 집회의 주축이 변화한 점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도 일부 시민의 자극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오히려 '비폭력'이라고 외치고 평화집회를 유도했다.

성난 민심을 자극해 극한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그 후폭풍을 경찰로서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 대응으로 풀이된다.

많은 사람이 모였기에 생기는 쓰레기도 산더미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바닥에 보이는 쓰레기를 주워 한편에 마련한 쓰레기통에 모았다.

일부 시민들은 바닥에 떨어진 촛농까지도 휴대전화 손전등으로 비추며 긁어내기도 했다.

율곡로 차벽 앞에 수많은 인파가 밀집했지만, 구급차가 지나갈 때만큼은 '모세의 기적'처럼 길을 비키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 이순신상 인근에서는 늦은 밤까지 집회에 참석하느라 끼니를 거른 이들을 위해 어묵탕을 무료 배식하는 시민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날 주최 측이 추산한 참가자는 100만명, 경찰은 26만명으로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화 집회는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2주 전부터 주말마다 열리는 대규모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의 평화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10여년 전 처음 시작된 촛불집회가 평화집회로 정착되면서 시민의식도 함께 성숙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국민 다수의 바람은 대통령의 자발적인 퇴진"이라며 "여기에 폭력적 수단은 오히려 현재 상황을 잘못 이끌 수 있다는 염려를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평화집회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2002년 효순이·미선이 추모에서 시작한 촛불집회는 광우병 촛불집회를 거쳐 역사가 10년을 넘기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권력자에게 전달하는 데는 평화적인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시민의식이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