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가로챈 혐의로 공개수배됐다 붙잡힌 해운대 엘시티(LCT)시행사의 실질 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부산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가로챈 혐의로 공개수배됐다 붙잡힌 해운대 엘시티(LCT)시행사의 실질 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부산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방위 수사 압박 부담…물밑 정지작업 마무리설도 제기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게 되자 석 달 이상 잠적했던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이영복(66) 회장이 갑자기 지난 10일 사실상 자수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이달 8일 가족과 지인의 설득으로 변호사를 통해 자수서와 함께 이번 주말쯤 검찰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전했다.

10일 저녁 이 회장과 가족, 지인 등은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자수하기 위해 부산으로 이동했지만, 오후 8시께 천안 부근에서 이 회장이 "못 가겠다"며 자수 의사를 번복했다.

차량들은 다시 서울로 향했고, 이 회장이 복잡한 심경을 나타내는 것을 걱정한 가족이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했고, 이 회장은 10일 오후 9시 10분께 서울 모 호텔 근처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같은 심경의 변화에는 우선 검찰의 전방위 압박과 설득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8일 이 회장이 잠적한 후 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지자 검찰은 지난 10월 11일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봐주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 10월 24일 사건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부산지검 특수부로 이관하고 수사팀을 대폭 확대했다.

검찰은 또 지난달 말 경찰에 이 회장 검거 협조요청을 하고 공개 수배하는 등 본격적인 압박작전에 들어갔다.

엘시티 분양사무실 등을 다시 압수수색한 데 이어 부산시청, 부산도시공사, 해운대구청, 해운대구의회 등 엘시티 인허가 관련 공공기관 4곳을 동시에 덮쳤다.

검찰은 이어 엘시티 분양대행사 대표와 이 회장 도피를 도운 유흥업소 직원 등을 잇달아 구속하는 등 이 회장의 손발을 묶기도 했다.

동시에 검찰은 변호인과 가족, 지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이 회장이 자수하도록 설득하는 양동작전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은신기간 대포폰은 1∼2일 만에, 차량은 2∼3일 만에 바꾸고, 은신처도 자주 바꾸면서 검찰 추적을 피해왔는데, 검찰 포위망이 좁혀져 오면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경찰에 검거될 때 대포폰 5대를 소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계속 도피하면 검찰의 압박 강도가 세져 자칫 2조7천억원 규모의 엘시티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이 회장이 마음을 바꾼 이유일 것이라고 측근들은 11일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도피생활을 하면서 변호인 등을 통해 끊임없이 검찰과 물밑 정지작업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그의 심경변화는 이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관계 인사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회장이 무방비 상태로 검찰의 칼 앞에 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국정농단' 사태로 최근 구속된 최순실(60)씨와 몇 년 전부터 매월 곗돈이 1천만원 이상인 이른바 '황제계'를 해왔고, 도피 중에도 곗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회장이 3개월 이상 정관계 인맥을 동원해 검찰과 '빅딜'을 시도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체념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법조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c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