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문 바로 앞에서 진보정당 관계자 2명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문구가 적힌 종이를 펼쳤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1일 오전 11시께 집회·시위 금지 장소인 종로구 경복궁 신무문 앞에서 시위를 벌인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남성 1명과 여성 1명을 현행범 체포했다.

경복궁 신무문은 청와대 정문에서 약 20m 떨어져 있다.

현행 집시법상 청와대 100m 이내부터 집회·시위 금지구역이다.

노동당에 따르면 체포된 이들은 이경자 당 부대표와 김진근 공보국장이다.

이 부대표가 '청와대는 신성구역? 박근혜 앞에서 퇴진을 외치다'라고 적힌 A3 용지를 들고, 이 모습을 김 공보국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해 촬영하려다가 체포당했다고 한다.

노동당 관계자는 "집회나 시위를 한 게 아니라 '인증샷'을 찍으려 했을 뿐인데, 종이를 채 펼치기도 전에 체포를 당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무문 앞은 일반 시민이나 관광객이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유일한 포토존"이라면서 "촬영 허용 공간에서 사진을 찍으려 했을 뿐 구호를 외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청와대 경호 담당 경찰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연행했는데, 관련 법에 어긋나는 조처라고 판단해 변호사와 체포적부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종이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집회 및 시위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 관련 정치적 주장이 담긴 종이를 가슴에 품고 있다가 펼쳤으니 집회나 시위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h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