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난 5일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종이카드를 든 채 시위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난 5일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종이카드를 든 채 시위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경찰이 주말인 12일 서울 도심에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행진을 상당 부분 허용했다. 최소한의 교통 소통만 확보하고, 집회·시위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신고한 당일 도심 행진 4건을 조건부로 허용한다고 11일 오전 주최 측에 통고했다.

한국에서 집회·시위와 행진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관리된다.

다만 경찰은 주요 도로 교통이 방해받거나 주거지의 평온이 침해될 우려 등이 있으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근거로 금지 통고해 왔다.

특히 진보진영이 신고한 집회나 행진에서 금지 통고 사례가 종종 보인 터라 경찰이 집시법을 자의적으로 운용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12일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백남기·한상균과 함께 민중의 대반격을! 박근혜 정권 퇴진! 2016 민중총궐기' 집회를 개최한다.

집회 이후 오후 5시께부터 서울광장을 출발해 종로, 을지로 등 서울 도심 주요 도로를 거쳐 청와대 진입로인 내자동로터리까지 행진하는 4개 경로가 신고됐다.

경로별 행진 인원은 2만명이다. 당일 경찰 예상으로만 16만∼17만명, 주최 측 예상으로는 최소 50만명(최대 10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행진하면 종로, 신문로, 을지로 등 서울 도심 동서를 잇는 주요 대로에서 차량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행진 종착지인 내자동로터리도 도심 동서 간 주요 축 가운데 하나인 율곡로를 끼고 있다.

경찰은 율곡로만큼은 교통 소통을 확보해야 그나마 도심 교통이 유지된다고 보고 율곡로 남쪽까지만 행진하도록 조건을 붙였다.

이에 따라 경로별 행진은 율곡로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신문로빌딩·KB국민은행 광화문지점·선일빌딩·부남빌딩까지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종로, 을지로, 삼일대로, 신문로, 소공로 등 도심권 거의 모든 도로에서 대규모 행진을 허용한 것은 경찰로서도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이는 그간 두 차례 열린 주말 촛불집회에서 대규모 행진이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현된 결과로 풀이된다.

당일 행진 규모가 한층 커질 전망이긴 하나 양상은 전과 비슷하리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이 시위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일 없이 유연하게 대응한 것도 평화행진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12일에도 혹시 모를 안전사고 예방과 교통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원활한 행진을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다.

주최 단체 중 하나인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박근혜 퇴진이라는 국민 모두의 이익을 위해 능히 감수하리라 믿지만 큰 불편이 예상된다"며 "다만 그날만큼은 모든 국민이 한마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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