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카 지분 강탈·10억대 횡령·3억대 뒷돈·직권남용 혐의 구속영장
권오준 회장 내일 참고인 소환…이권개입 묵인·방치 여부 조사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씨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동원해 측근을 대기업에 취업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7시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공범), 공동강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차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차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안 전 수석과 공모해 측근인 이동수씨를 KT 임원으로 취직시키고 자신이 실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를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씨는 민간인이지만 공직자였던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공범 혐의가 적용됐다.

현재 KT IMC마케팅부문 전무인 이씨는 차씨가 몸담은 광고제작사 '영상인'에서 1993년 1년간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당시 영상인 대표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이씨는 차씨가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오르기 두 달 전인 지난해 2월 KT에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입사한 뒤 그해 11월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는 IMC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KT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함께 차씨에게 광고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 배후에 이씨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차씨와 안 전 수석의 인사 청탁·전횡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6일 구속된 안 전 수석에게도 관련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차씨에게는 작년 3∼6월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과 공모해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을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적용됐다.

2006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던 광고회사 아프리카픽처스에서 운영자금 10억여원을 빼내 개인적으로 쓴 혐의,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만찬 및 문화행사 대행 용역업체 선정 대가로 2억8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구속 여부는 11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심리는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검찰은 차씨를 구속한 뒤 우선 포레카 지분 강탈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권 회장이 포레카 매각을 통해 차씨에게 이권을 챙겨주려 한 정황을 포착해 11일 그를 소환 조사한다.

최순실씨나 박근혜 대통령이 배후에서 역할을 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차씨가 구속되면 개인 비리를 넘어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 문화예술계 비리 전반에 관한 수사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CF 감독 출신인 차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씨를 등에 업고 정부 문화정책을 좌지우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2014년),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2015년) 등을 역임했다.

2019년까지 총 7천억원대 예산이 책정된 문화창조융합벨트 등 정부 사업을 사실상 독식하고 자신이 실소유한 광고업체를 통해 대기업·공공기관 광고를 쓸어담는 등 불법·편법으로 사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은사인 김종덕(59)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56)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숙명여대 교수), 미르재단의 실무를 총괄한 김성현(43) 사무부총장 등이 그의 인맥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문화계 비리와 관련해 김 종(55) 전 문체부 2차관도 소환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그는 최순실씨에게 인사 청탁을 하고 최씨의 영향력을 활용해 문화계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최씨가 귀국한 지난달 30일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사표를 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