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로 사이몬 회장 "기업 경영도 늘 '진검 승부'한다는 생각으로 했죠"
“세계 검도의 뿌리는 한국입니다. 신라 화랑의 ‘본국검’과 백제 고구려 등 한국 고유의 검법인 ‘예도’가 지금 한국과 일본 검도의 뿌리라고 확신합니다.”

‘검도경영’으로 유명한 이국로 사이몬 회장(70·사진)이 최근 《실전 우리검도》(직지)라는 책을 펴냈다. 하드커버에 500쪽이 넘는 두툼한 책이다. 검도 최고단인 8단이기도 한 이 회장은 50여년 동안 검도를 해온 기업인이다. 그는 7단 이후 17년 만인 2013년 8단으로 승단했다. 8단은 검도에선 신의 경지에 들어선다는 의미에서 ‘입신(入神)’으로 불린다.

이 회장은 “후세에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심정으로 일본 중국을 다니며 자료를 수집했고 10년 동안 준비해 책을 냈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그는 “정조 대왕이 1790년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검법과 선배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고증과 임상(실제 검도에 적용해 활용)을 거쳐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라와 백제를 통해 검법이 일본에 전해졌지만 한국은 오랫동안 칼 제조를 엄격히 통제한 데 비해 일본은 사무라이 시대를 거치면서 검법이 발전했다”며 “하지만 어디까지나 검법의 뿌리는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검법을 직접 시연하며 이를 고증했다”며 “이를 책에 수록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이 책은 숨겨진 그림 도법을 200여년 만에 해석해 사진 및 그림과 함께 수록해 후대에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록한 것”이라며 “검도책이자 역사책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책을 시발점으로 검법의 뿌리에 관한 국제 논쟁이 벌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검도 수련의 덕목으로 정성을 뜻하는 ‘성(誠)’, 믿음을 의미하는 신(信), 옳음을 뜻하는 의(義)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한양대 공대 재료공학과를 나와 1973년 플라스틱 파이프업체 지주를 창업한 이 회장은 40여년 만에 지주, 사이몬, 유화수지, 오노(ONO) 등 4개 회사를 거느린 연매출 600억~700억원대(계열사 포함)의 기업을 일궜다. 이들 기업의 주력 제품은 플라스틱 파이프와 특수파이프 등이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과 한국플라스틱조합 이사장(10~12대), 플라스틱재활용협회 초대 이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용인대에서 지난 8월 체육학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기업 경영에 검도를 접목해 한동안 사내에 검도장을 운영했고, 검도 유단자가 돼야 간부로 승진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금은 공장 확장 등으로 검도장이 없지만 여전히 사내 유단자의 합계 단수는 70단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좌우명은 ‘나는 남과 다르다’이다. 대학 재학 중 한복 두루마기에 흰 고무신을 신고 다녔고, 왕십리 일대의 깡패들을 단칼에 제압해 학교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그는 “운동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거나 기업을 경영할 때 늘 ‘진검승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11년 ‘한국예도문화장학체육재단’을 설립해 형편이 어려운 원로 무도인을 지원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