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부재 속 자진 철회 쉽지 않을 듯…공개일 당겨질 가능성도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일(28일)이 다가오면서 국정화 반대 여론에도 다시 불이 붙는 분위기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교과서의 정당성 역시 큰 타격을 입은 터라 교육계와 정치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지금이라도 국정화를 철회하라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10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기 촉구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14일께 발의될 결의안에서 유 의원은 ▲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 교육부 장관의 수정 고시 후 내년 3월부터 기존 검정 교과서 사용 ▲ 국정화 추진 작업의 최순실 씨 개입 여부 수사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애초부터 국가가 지정한 단 하나의 역사를 학생들에게 주입하려 한 점에서 국정교과서는 반헌법적, 반교육적"이라며 "특히 '깜깜이'로 진행된 추진 과정에 최 씨의 개입이 있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여기에 더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금지하는 내용 등 교과서 관련 법안 5개를 15일 교문위 전체회의에 상정한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국정교과서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준비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무회의,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가 개인에게 유출됐는데 대통령의 역사 인식에 대한 정책만은 그렇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느냐"며 "중·고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 고시를 즉각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참여 또는 동조한 공직자와 관련자들 모두는 역사 독점 시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역사 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시도 교육감들은 국정 교과서 철회를 촉구하는 '릴레이 성명'을 연일 발표하고 있고, 현장 역사 교사들의 공동 성명, 학부모 차원의 반대 서명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날로 거세지는 반대 여론에 교육부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현장 검토본 공개일을 불과 2주여 앞둔 상황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일정을 자진해서 중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김병준 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국정 컨트롤 타워가 사실상 마비되고, 여야의 총리 후보자 협상도 난항에 빠진 형국이어서 교육부로서는 예정된 일정을 그대로 지키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장 검토본 공개일이 오히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 일부 의원들은 교과서를 폐기하지 않을 거면 차라리 검증 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차원에서 공개일을 앞당기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28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다는 일정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국정표류'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그 사이 무슨 변수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김용래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