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사진=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사진=연합뉴스
본인·부인 휴대전화 확보…'최순실 사태' 직무유기·비밀누설 수사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자택을 10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우 전 수석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각종 증거물을 확보했다.

특히 압수물에는 우 전 수석과 부인 이모씨의 휴대전화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 재직 당시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비위 감독 업무를 담당하면서 '비선 실세 의혹'을 사실상 묵인·방치하거나 배후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다.

민간인인 최순실씨가 국정을 '농단'하는 지경까지 오는 데 사정라인을 총괄하던 그의 책임이 없을 수 있느냐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야권을 중심으로 우 전 수석의 책임론과 수사 촉구 여론이 거세졌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관리, 공직기강 확립 등 사정 등을 맡는 민정수석이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상황을 전혀 몰라서 막지 못한 것이든, 미리 알고도 묵인했든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게 세간의 시선이다.

민정수석이 최순실의 여러 비리에 관한 보고를 받거나 첩보·제보를 입수했는데도 그걸 묵살했다면 직무유기 등으로 처벌할 여지가 있다.

검찰은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물을 토대로 여러 정황을 들여다볼 방침으로 알려졌다.

최씨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경제 관련 다수의 대외비 문서를 건넨 혐의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구속되는 등 청와대 인사들의 개입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광고감독 차은택(47)씨가 정부 사업을 독식하는 등 이권에 개입하고,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의 인사에 개입한 의혹을 우 전 수석이 이끌던 민정수석실이 내사하고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 역시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롯데그룹이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사실상 '강제 기부'했다가 검찰이 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기 직전 돌려받는 과정에서 수사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도 나와 우 전 수석의 연루 여부가 관심을 끄는 상황이다.

대형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발부 사실은 대검찰청을 통해 법무부에 보고되고 이어 민정수석실에도 전달되는데, 재단이 청와대 측으로부터 사전에 정보를 받고 금전 문제를 정리하고자 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 전 수석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달 7일 김수남 검찰총장은 그의 '직무유기' 의혹도 수사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수사본부에 전달했고, 수사본부는 우 전 수석을 출국 금지했다.

이날 압수수색으로 검찰이 중요 증거물을 확보함에 따라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우 전 수석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물러난 우 전 수석은 이달 6일 가족회사 '정강' 자금 횡령, 아들의 의경 보직 이동 과정의 직권남용 등 의혹과 관련해 검찰 특별수사팀의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공산이 커졌다.

시민단체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대검에 제출한 고발 사건이 특별수사본부에 배당된 상태로, 그가 피고발인 신분으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 전 수석은 6일 검찰 특별수사팀의 소환조사 당시 청사 안에서 웃는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가 출석하면서 취재진 앞에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한동안 기자를 쏘아보는 장면도 보도돼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