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본관. / 한경 DB
고려대 본관. /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9일 시국선언에 나선 고려대 교수들이 “국정 농단을 단죄하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자”고 촉구했다.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자들은 당장 물러나라”고도 했다.

고려대 교수 507명은 시국선언문에서 “온 국민이 부끄러워하고 전 세계가 조롱하는데도 대통령은 한 두 차례 ‘사과’로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집착을 드러냈을 뿐”이라며 “특정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정략적 제안으로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대통령의 안이한 사태 인식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에게만 있지 않다. 권력의 눈치만 보는 검경, 견제력을 상실한 국회, 공정성을 포기한 일부 언론, 반사회적 독점 재벌도 공범”이라고 짚은 뒤 “권력과 자본에 종속되어 가는 대학과 교수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한민국의 기초를 다시 정립하는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한민국에는 식민 지배에 맞서 독립 국가를 세우고 독재에 맞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자랑스러운 국민이 있다. 국민이 다시 힘을 모아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고 국정 농단이 불가능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교수들은 △박 대통령과 관련자들은 당장 물러날 것 △국정 농단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할 것 △여야 정치권은 정략적 발상을 버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할 것 등을 주문했다.

특히 성명서 취지를 설명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시국선언을 주도한 이 대학 교수들은 “우리 성명서는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성명서를 길게 쓰는 것은 국민들을 가르치려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시국에 대해 교수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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