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기업 "구설 오를라" 후원 꺼려…정치 이슈에 밀려 관심 못 받아
전국 연탄은행 확보 물량 25만장뿐…2만가구 300만장 지원 목표달성 '깜깜'

올겨울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연탄 후원이 한파를 만났다.

오랜 경기침체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이 맞물리면서 확보한 물량이 크게 줄어 보관 창고가 텅텅 비었다.

전국 31곳의 연탄은행이 확보한 물량이 작년 이맘때보다 무려 37.5%나 감소했다.

에너지 빈곤층이 혹독하게 겨울을 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불똥이 엉뚱하게 튄 것이 원인이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구설에 오를 수 있다며 잔뜩 몸을 움츠리면서 후원이 줄어들었다는 게 연탄 은행의 분석이다.

여기에 연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최순실 사태 이후 정치적 이슈에 이목이 쏠리면서 빈곤층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도 후원 연탄 물량 확보를 어렵게 한다.

8일 충북 연탄은행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연탄 후원을 시작한 지난 9월 10일부터 지금까지 182가정에 3만6천330장을 공급했다.

올해 빈곤 가정 1천 곳에 연탄 20만장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지만 후원의 손길이 뚝 끊긴 탓에 현재 창고에 남은 연탄은 900장에 불과하다.

충북 연탄은행 김점용 목사는 "공급 초기 후원이 많지 않은 사정을 알고 예년보다 앞당겨 지원한 기관·단체가 많은 것이 더 걱정"이라며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이달이나 내달이 되면 오히려 후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상으로 연탄을 장만해 나눠준 뒤 나중에 정산해야 할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그나마 충북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올해 2천 가구에 연탄 40만장 지원을 목표로 한 춘천 연탄은행 역시 지난달 말 기준으로 모금한 연탄이 2만7천장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확보했던 연탄 6만장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부산 연탄은행은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조선·해운 기업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서 더욱 곤궁한 처지가 됐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9만장가량 후원이 줄어들었으며 꽉 차있어야 할 12월 연탄 후원 봉사활동 스케줄이 텅텅 비어있다.

후원이 줄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겨울 목표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연탄은행은 후원이 감소한 이유로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꼽았다.

기업이나 공공단체, 개인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으로 연탄을 장만하는데 전체 후원금의 70%를 차지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후원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합법적인 기부나 후원에도 소극적"이라며 "후원하면서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한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 31곳 연탄은행이 지난달 모금한 연탄은 모두 25만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0%가량(15만장)이나 줄어들었다.

울릉도나 제주도 산간벽지는 연탄 공급 일정이 미리 잡혀야 하는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봉사활동 계획조차 잡지 못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2만가구에 300만장을 공급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연탄은행은 전망했다.

연탄은행은 부족한 후원금을 채우기 위해 매년 후원했던 기업들을 일일이 방문,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목표 물량이 채워지지 않으면 오랫동안 거래해 안면이 있는 거래처에 부탁, 외상으로 연탄을 들인 뒤 나중에 대금을 갚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형우 류수현 기자 vodca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