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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간 이어진 기자들 질문에 울먹이며 고개 자주 숙여

정부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60·구속)씨의 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씨가 초췌한 모습으로 8일 밤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9시 50분께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차씨는 곧바로 체포돼 검찰 호송차를 타고 오후 11시 20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앞서 차씨가 공항에 입국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60여명의 취재진은 일찌감치 청사 앞에 포토라인을 만들고 자리를 잡았다.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검은색 코트에 청바지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차씨는 호송차에서 내려 검찰 수사관의 팔짱을 낀 채 포토라인 앞으로 이동했다.

영상 2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 차씨의 얼굴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붉게 상기됐고, 수갑을 찬 손은 검은색 옷으로 가려져 있었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땅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기던 차씨는 포토라인에 서서 약 4분간 질문을 받았지만 "죄송합니다"와 "검찰에서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차씨는 중간중간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기도 했으며, 기자들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정면을 멍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모르느냐"는 기자의 첫 질문을 받은 차씨는 잠시 고개를 숙인 뒤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명함을 보여줬느냐"는 질문에도 "모든 걸 진실하게 검찰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외운 답변은 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했지만 "죄송합니다"라며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되풀이했다.

최순실씨와의 관계 등을 묻는 말에는 "너무너무 죄송합니다"라며 다시 울먹였다.

국민께 무엇이 죄송한지 말해달라고 하자 차씨는 "저 하나로 인해서 너무나 큰 물의를 일으키고,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포토라인에서 계속된 기자들의 질문에 반복된 답변만을 한 차씨는 결국 수사관과 함께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청사에 들어가서도 엘리베이터 앞까지 기자들이 계속해서 관련 의혹을 질문했지만 "진실하게 검찰에 말씀드리겠다.

죄송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p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