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 혼란을 둘러싼 청소년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원주시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중고생들의 집회가 열린다.

또 원주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내에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내걸자 교사들도 응원하는 대자보를 게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소재 모 여고 2학년 이채린(18) 양 등은 8일 원주경찰서에 오는 9일 원주시 단계동 장미공원에서 원주시 내 중고생 200명가량이 모여 '원주 중고생들의 민주주의 수호 결의대회'를 열겠다는 내용의 집회신고를 했다.

학생들은 이날 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최순실 게이트 철저 수사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시국선언과 자유발언, 피켓·촛불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이 양은 "대통령이 무당의 말을 듣고 정치를 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 학생들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스트레스받아가며 힘들게 공부해 대학에 들어가는데 정유라 씨가 '부모 빽'으로 부정 입학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양은 "친구 몇 명과 얘기하다 지방이라 서울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직접 참석하기가 힘드니 우리끼리라도 모여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의견을 내보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 양과 친구들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취지의 글을 올렸으며 5일 만에 200명가량이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이날 집회에는 시험 기간이라 참여가 여의치 않은 중학생들도 10명가량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원주 북원여고 출입문에는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인 지난 3일부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되고 있다.

'원주 북원여고 3학년'이라 밝힌 학생은 대자보에서 "뉴스에서 보이는 국정농단, 특례입학, 늑장대응에 저희는 지금이 또 다른 권력의 강점기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말(馬)이 없지만 '말' 할 권리는 있다.

앞으로 물려받을 민주주의를 더럽히지 말아 주세요"라며 국정농단과 특혜를 꼬집었다.

이 같은 대자보가 걸린 후 일부 교사들도 대자보를 게시해 학생들을 응원했다.

교사들은 대자보에서 "입시교육에 눌려 시들어 있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것을 보며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다"며 "여러분들이 선생님의 제자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여러분의 선생님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원주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ryu62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