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뒤늦게 "관련 부처 간 협의 자리 만들 것"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업체 간 논란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만 커지고 있다.

균주의 불분명한 출처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품의 허가를 내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과 효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8일 "허가된 보톡스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은 이미 임상과 비임상 등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상황"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균주 관리와 안전성 문제와는 별개로 확산하는 논란을 의식해 뒤늦게 관련 부처 간 협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보톡스 균주 관리를 담당하는 생물안전평가과 관계자는 "최근 균주 출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부처 간 협의하는 자리를 만들어 사안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체간 다툼에 보건당국이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서 애꿎은 소비자들의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

보톡스 업계가 진위를 알 수 없는 논쟁만 계속하면서 해당 제품을 믿고 맞을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불안은 커지고, 국내 업체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다국적 제약사만 이득을 본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일선 병원에서는 "비싸더라도 다국적제약사 보톡스 제품을 놔달라"는 주문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보톡스 시술을 계획 중이었다는 직장인 박모(30·여)씨 역시 "논란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국산 보톡스 제품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신뢰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조금 비싸더라도 수입 제품을 맞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보톡스 균주 논란 자체를 큰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허가된 의약품에서 별다른 부작용이 보고되거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 간 경쟁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안전성 문제보다 도덕적 문제를 질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안전성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안전성 문제보다는 과학적 양심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이를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환자가 안전하다고 해서 뭘 하더라도 되는 건 아니잖느냐"고 반문했다.

업체는 물론, 의료계의 의견까지 엇갈리면서 보톡스 균주 논쟁은 의혹만 남긴 채 해결되지 않는 모양새다.

제약업계에서는 균주의 불분명한 출처에 따른 식약처의 허가 사항 재검토 등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적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식약처에 따르면 약사법에는 특허권을 침해한 의약품은 판매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지만 보톡스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로부터 독소를 정제하는 방법은 1970년대에 이미 논문으로 발표됐기 때문에 독소 자체에 대한 물질 특허는 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