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광화문광장 비우는 게 원칙'…영구 구조물은 아닐 듯

지난 주말 시민들이 대거 모여든 서울 광화문광장에 누구나 자유로이 의견을 내고 토론할 수 있는 '시민 발언대' 같은 논의의 장이 들어선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를 위해 발언대 형태나 설치 시기 등을 실무선에서 내부 논의 중이라고 8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서 7일 자신의 SNS에 "광화문광장에 국민 참여의 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정치질서'를 위해서는 국민 참여의 장이 필요하다"며 "국민 누구나 참여해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갈 나라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제안하는 공론의 장, '아고라'가 만들어진다면 현재의 이 위기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기회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헌법 제1조와 10조, 21조에 따라 국민의 의사 표현, 언론·집회·시위의 자유, 정치참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간과 기회의 보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계획 중인 시민 발언대도 이 같은 뜻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은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지난 주말, 발언대 조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언급한) 광화문광장 '소통의 장'은 발언대 설치 등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면밀하게 좀 더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시 관계자 역시 시민 발언대의 설치 위치, 시기, 형태 등에 대해 "박 시장이 언급한 이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 시내 한복판, 그것도 정부서울청사와 대기업 본사·경복궁·주요 언론사·청와대 등을 가까이 하는 광화문광장은 그 위치가 가진 정치적 함의 때문에 여론의 '분출구' 역할을 해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실 규명을 요구하며 천막을 세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 같은 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찾았을 때는 이곳에서 열린 공개 미사에 신자 등 100만 명이 운집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징성 때문에 때로는 광화문광장에 시설물을 세우려던 이들이 서울시와 종종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가보훈처가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영구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서울시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이달 초에는 일부 보수 진영이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겠다고 밝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빚었다.

시는 이에 대해 "광화문광장은 비우고 개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2009년 조성된 이래 새로운 고정 조형물 설치는 한 번도 인정된 적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같은 서울시의 일관된 입장 때문에 광화문광장에 시민 발언대를 조성하더라도, 영구 시설물이 아닌 임시 구조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영구 설치가 아니라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논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일각에서는 시가 적극적으로 시설물을 설치하기보다는, 광화문광장에 텐트 등을 차리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을 시가 지원하는 형태가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