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귀국 즉시 체포…횡령 등 주요 혐의에 대해 밤샘 조사

'문화계 비선 실세'로 지목된 광고감독 차은택(47)씨가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과 동시에 검찰에 체포됨에 따라 문화계 비리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은 8일 오후 10시 10분께 칭다오(靑島)발 인천행 동방항공(MU2043)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차씨를 공동강요 등 혐의로 체포하고,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차씨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비롯한 문화계 비리 전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차씨는 지난해 3월께부터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공모해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강탈을 시도한 혐의(공동강요)를 받고 있다.

차씨 등은 인수전에 참여한 중견 광고업체 A사 대표에게 인수 후 포레카 지분 80%를 넘기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회삿돈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2014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고 창조경제추진단장까지 지낸 차씨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정부 사업을 사실상 독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숱하게 제기됐다.

그가 대표로 있거나 관련한 회사들은 단기간에 대기업·공공기관 광고를 대거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프리카픽쳐스·플레이그라운드가 대기업 광고를 쓸어담는가 하면 엔박스 에디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반 국민 보급용으로 만든 '늘품체조' 동영상을 하청받아 제작했다.

최순실(60·구속)씨가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실세' 모임에 차씨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나온 만큼 국정개입 의혹도 규명 대상이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최씨는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며 "차씨도 거의 항상 있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방관했다는 의혹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이런 식으로 재단을 운영하다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라고 묻자 차씨가 '우병우 수석이 내 뒤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차씨가 자신의 지인들을 정부 고위직에 앉히는 등 인사에 개입하고 곳곳에 포진한 인맥을 이용해 국정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차씨가 정부와 일하기 시작한 뒤로 그의 대학 은사인 김종덕(59) 문체부 장관이 취임하고, 외삼촌인 김상률(56) 숙명여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발탁됐다.

김 전 장관은 취임 후 넉 달 만에 문체부 소속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차씨의 20년 지인이자 선배인 송성각(58) 전 제일기획 상무를 임명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차씨 주변 인물을 잇달아 조사하면서 그의 구체적 혐의를 밝히는 데 주력해왔다.

7일 밤 송 전 원장을 차씨의 '포레카 강탈'에 가담한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밖에 광고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 대표이자 차씨 측근인 김홍탁씨, 차씨와 사제지간인 김형수(57) 전 미르재단 이사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성현(43) 미르재단 사무부총장도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앞서 1일에는 차씨와 관련된 업체 3곳을 압수수색해 압수물을 분석해왔다.

한편 중국에 머물던 차씨는 검사장 출신과 지청장 출신의 변호사 등을 선임해 검찰 수사에 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