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먹이는 ‘문화계 황태자’  >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광고감독 차은택 씨가 8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기자들의 질문에 울먹이며 답변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 울먹이는 ‘문화계 황태자’ >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광고감독 차은택 씨가 8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기자들의 질문에 울먹이며 답변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최순실 씨(60·구속)와 함께 현 정권의 또 다른 ‘비선 실세’로 꼽히는 광고감독 차은택 씨(47)가 해외 도피 끝에 8일 밤 전격 귀국했다. 검찰은 차씨가 도착한 직후 인천공항에서 그를 긴급체포하고 신병을 확보했다. 차씨는 최순실 씨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두 사람의 대질 심문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씨와의 친분을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며 민간 광고회사 지분 ‘강탈’을 시도하는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차씨는 이날 밤 9시40분께 칭다오발 중국 동방항공 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차씨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뒤를 봐줬느냐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답했다. 장·차관 인사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선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실제로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조금 알고 있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번 만났을 뿐 독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광고회사 강탈 의혹에 대해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최순실 최측근' 차은택 인천공항서 체포·압송
최씨와 차씨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차씨를 공항 입국장에서 긴급체포해 신병을 확보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함께 이동했다.

현 정부 들어 문화계의 실세로 떠오른 차씨는 ‘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핵심 축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의 최측근 고영태 씨의 소개로 최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차씨는 2014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과 지난해 1급 고위직 자리인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을 지냈다.

차씨는 이 같은 힘을 이용해 각종 이권을 따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포스코 계열의 광고계열사 포레카를 인수한 한 중소기업에 최측근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구속)을 동원해 “지분 80%를 내놓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알짜 광고회사를 강탈한 뒤 대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광고를 독식할 의도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아프리카픽처스, 플레이그라운드 등 자신 소유이거나 사실상 소유한 회사들을 통해 ‘늘품체조’ 촬영 등 각종 정부 사업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측근을 청와대와 문체부 등의 문화·체육담당 고위직에 보내 이권을 챙기는 데 활용했다는 것도 차씨를 둘러싼 주요 의혹 중 하나다. 차씨가 문화융성위원에 위촉될 무렵인 2014년 8월 부임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그와 대학원 사제지간이다. 차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2014년 11월 임명됐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송 전 원장은 제일기획에서 일하던 시절 차씨에게 일감을 몰아준 인연 때문에 차씨가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송 전 원장의 측근은 언론 인터뷰에서 “송 전 원장이 ‘차씨가 장관을 시켜주겠다고 했다가 청문회가 필요없는 차관급(콘텐츠진흥원장)으로 낮췄다’고 말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차씨를 긴급체포한 특수본은 그를 대상으로 이 같은 의혹들을 집중 조사한 뒤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긴급체포 후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피의자를 즉시 풀어줘야 한다. 법조계에선 송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차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강요)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씨가 최씨의 힘을 이용해 문화계의 주요 자리에 측근들을 앉혔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