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절감 기대 vs '의사' 대체 아직 일러"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 분야는 그동안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고귀한 분야로 여겨왔다.

이런 의료 분야에서도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에 따른 4차 산업혁명에서 비롯된 '인공지능'의 활성화가 적지 않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8일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2016년 과학창의연례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의사와 의료' 이슈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의료계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진료의 형태와 장단점·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현재 의료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는 미국 IBM과 메모리얼슬론케터링 암센터가 개발한 '왓슨'이다.

왓슨은 이미 미국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암 치료 방향 분석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지난 9월 가천대길병원에 도입이 결정된 바 있다.

의료계는 300개 이상 의학학술지·200개 이상 의학 교과서를 포함해 거의 1천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정보를 습득한 왓슨이 환자의 시간적·경제적 낭비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율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의료기관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개인별 정보만 입력하면 왓슨이 불과 수초 만에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해줌으로써 더는 '의료쇼핑'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언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인공지능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고 초기 치료 실패율을 줄이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인공지능 진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는 기술력은 아직 적용되지 않았고, 향후 일자리 창출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한 서울의대 정보의학실장(신경정신과)은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 분석에 탁월하지만, 갑자기 등장하는 의학적 변수 대응과 환자와의 공감대 형성 능력은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가 의학과 병원을 대체하면 일자리 고용의 미래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또 환자 안전을 비롯해 의료사고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공지능은 결코 의사를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간적인 소통과 배려가 함유되지 않은 인공지능의 발달은 행복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과거 산업혁명을 통한 물질적 풍요는 오히려 인간 소외 현상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갖고 있었다"며 "의료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 역시 환자에 대한 배려와 충분한 공감대를 담보로 하지 않는다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인간의 불안감만 높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