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고속도로 분기점 미리 확인 습관·교통문화 개선 필요"
"생명 위협 운전에 대한 과감한 법 집행도 이뤄져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부주의한 진로 변경(일명 끼어들기)이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고속도로 분기점 인근에서 이뤄지는 갑작스러운 끼어들기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동반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운전자들의 이기적인 교통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기계에 의존한 단속보다는 경찰 인력을 동원한 현장 단속을 통해 '생명 위협 운전'에 대한 과감한 법 집행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7일 대전 대덕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사망자 4명과 중상자 8명 등 40여명이 넘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관광버스 사고와 관련,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사고 직전 버스 앞에 끼어든 흰색 승용차(NF 쏘나타)의 소유자를 A(76)씨로 특정했다.

경찰은 "끼어든 승용차 운전자가 사고를 유발했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승용차가 사고를 유발하고 그대로 달아났다면, 버스 기사의 과실은 일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버스 운전자 이모(55)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승용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피하려다가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바 있다.

사고는 호남선 지선으로 진행하던 승용차가 진로를 바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편도 3차로) 3차로를 가고 있던 버스 앞으로 끼어들면서 발생했다.

이씨 진술대로라면 승용차가 호남선 지선으로 그대로 빠져나갔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던 상황이다.

경찰은 형사팀 등 32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사고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영상을 분석하는 한편 A씨 신병을 확보해 실제 운전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10명 사망' 등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울산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사고는 이번 사고와는 반대로 운전기사가 무리하게 끼어들다 난 것으로 경찰은 결론을 내렸다.

당시 한국도로공사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관광버스가 경주에서 울산 방향 1차선으로 속도를 내며 가다가 앞서 2차선으로 달리던 다른 버스 2대 사이로 끼어들기 한 직후 갓길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고 불이 났다.

운전기사는 최초 조사에서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차가 2차선으로 기울었다"며 끼어들기 사실을 부인했으나 추가 조사에서 무리한 차선변경을 시인했다.

사고 장소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울산으로 진입하는 언양분기점 500m 전방으로, 운전기사는 목적지 울산으로 가기 위해 제한속도 시속 80㎞인 도로에서 과속하다가 급하게 끼어들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에는 가수 박현빈(34)씨가 앞차의 무리한 끼어들기로 부상하기도 했다.

4월 29일 오후 8시 20분께 전북 부안군 줄포면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93.2㎞ 지점에서 박씨가 탑승한 아우디와 제네시스, 레이, 25t 트럭 등 차량 4대가 잇따라 충돌, 박씨가 오른쪽 허벅지가 골절되는 등 아우디 탑승자 4명이 다쳤다.

서해안고속도로순찰대는 "박씨가 탄 아우디 앞으로 다른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기를 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에는 '끼어들기'로 사망사고를 유발한 '비접촉 뺑소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운전자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무리한 끼어들기를 해 사고원인을 제공하고,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사고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고속도로를 운행할 때 진·출입 분기점을 미리 확인하는 습관과 양보하는 등의 교통문화로 개선해야 하고, 경찰의 현장 단속 등을 통한 과감한 법 집행도 동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김진형 교수는 "전날 사고는 경부선이나 호남선 중 어디로 갈지 모호한 지점에서 사고가 났다"며 "승용차 운전자는 뒤에서 버스가 시속 100㎞ 속도로 빠르게 다가오는데도 무리하게 끼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부선으로 가려 했어도 호남선 쪽 차로를 탔으면 그대로 진행했어야 한다"며 "버스나 트럭 등 대형 차량은 급제동 자체가 어렵고 위험한데 느린 속도로 버스 앞에서 진로 변경을 한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반드시 단속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운전자들이 위반하지 않는다"며 "'일제 집중단속' 등을 통해 '처벌 확실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교통대교통대학원 김진태 교수는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경찰이 직접 단속하는 일이 없어지고 단속 지점이 노출되다 보니 단속 지점 아닌 곳에서는 운전자 마음대로 규정을 무시한 채 운전하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끼어들기 운전자를 막상 단속해도 급차로변경에 따른 범칙금 처분 정도에 불과해 근절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재 장비 위주로 단속하고 있지만 경찰 인력을 동원한 단속도 병행해야 한다"며 "함정단속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생명을 위협하는 잘못된 운전 습관에 대해서는 과감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