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업무에 종사했거나 업무로 알게 된 것 아니다…일반 군사기밀 누설"

연구 목적으로 쓰겠다면서 동료를 속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군사기밀을 빼낸 군인을 업무상 군사기밀 누설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7일 군사기밀을 중국인에게 넘기기 위해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상 업무상 군사기밀 누설 미수)로 기소된 손모(40) 소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군사기밀에 관한 업무에 참여하거나 종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피고인의 업무에 기인해 이 사건 군사기밀을 알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군사기밀을 업무상 점유했음을 전제로 업무상 군사기밀 누설죄를 적용한 원심 판단에는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무관준비와 연구에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하기 위해 만든 명목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국군 기무부대 인사반 수집장교로 근무하던 손 소령은 2014년 12월 중국 유학 시절 알고 지낸 중국인 서모씨로부터 '사드'와 관련된 자료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서씨는 손 소령이 중국을 여행할 때 도와주는 등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국방정보본부 해외정보부로 소속을 옮겨 무관준비요원 교육을 받던 손 소령은 해당 군사기밀을 다루는 동료에게 무관준비 과정에서 관련 연구를 하는 데 필요하다며 자료를 요청했다.

이후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손씨는 이를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해 보관하다가 적발돼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손씨를 해당 군사기밀을 업무상 다루던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군사기밀보호법은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한 사람이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거나 취급했던 자가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 3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한다.

1심은 "무관준비와 연구에 사용하기 위해 점유한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며 업무상 군사기밀 누설죄를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도 같은 죄명을 적용했지만, 형량은 징역 5년으로 줄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손씨에게 업무상이 아닌 일반 군사기밀 누설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