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10명 사망 언양분기점 사고 20일만에 대전서 4명 사망 관광버스 참극
"행락철 쉴새 없이 승객 실어 나르는 '무리한 운행' 근절돼야"


또 관광버스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지난달 13일 승객 10명이 목숨을 잃은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관광버스 참사 이후 불과 20여일 만에 대전 경부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 참극이 빚어졌다.

대형 버스는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40여명이 탑승하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짜인 여행 일정에 맞추려고 과속이나 무리한 운행, 난폭·졸음운전을 하다가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행락철 쉴 새 없이 많은 승객을 태워 나르는 대형 관광버스를 놓고 '달리는 시한폭탄'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 '관광버스 사고 날 때마다 대형'

6일 오전 9시 32분께 대전시 대덕구 신대동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회덕 분기점 인근(부산 기점 278㎞)에서 이모(55)씨가 몰던 관광버스가 도로 옆 가로등을 들이받은 뒤 우측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승객 4명이 숨졌고, 22명 다쳤다.

다친 승객 가운데 8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버스에는 운전자를 포함해 모두 46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들은 경기도 수원의 한 산악회 회원들로 충남 대둔산으로 단풍놀이를 가던 중이었다.

경찰은 관광버스가 고속도로 3차로를 달리던 중 앞으로 끼어든 승용차를 피하다가 도로 우측 갓길로 넘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최악의 관광버스 참사는 지난달 13일 울산에서 발생했다.

이날 밤 10시 11분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 분기점에서 경주나들목 방향 1㎞ 지점을 운행하던 관광버스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

이 불로 탑승자 20명 중 10명이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나머지 10명은 창문을 깨고 탈출했지만, 7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승객 대부분은 중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한화케미칼 퇴직자 부부로, 희생자는 모두 50대 중반부터 70대 초반이었다.

경찰은 버스가 앞선 차량을 추월하려고 차선을 바꾸려다 사고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관광버스 사고로 인한 참극은 피서철인 지난 7월에도 빚어졌다.

7월 17일 오후 5시 54분께 강원 평창군 봉평면 영동고속도로 인천방면 180㎞ 지점에서 발생해 42명의 사상자를 낸 이른바 '평창 봉평 터널 5중 추돌 참사'다.

당시 졸음운전을 한 관광버스 운전자는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시속 91㎞로 질주하다가 앞선 승용차 5대를 잇달아 추돌했다.

이 사고로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여행을 떠난 20대 여성 4명이 숨졌다.

또 동해안 피서를 마치고 귀가하던 일가족과 버스 승객 등 3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 무리한 운행·졸음운전 원인…"근본적인 대책 내놔야"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 버스 교통사고는 2천282건이다.

이 중 가을철인 10∼11월에 전체의 20.9%가 발생했다.

5건 중 1건은 가을 행락철에 발생하는 셈이다.

단풍철 탑승객들의 들뜬 분위기에 편승한 과속이나 무리한 운행이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단풍 행락철에는 대형 버스를 이용한 단체 관광객이 많다 보니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행락철을 맞아 많은 승객을 쉴 새 없이 실어나르다 보면 관광버스 운전자의 무리한 운행이나 난폭, 대열운행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교통안전공단 정관목 교수는 "계절적으로 단풍철 사고가 10∼20%가량 많은데 이는 단체 관광객이 대형 버스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며,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고 시 승객의 신속한 대피를 위한 관광버스 운전자의 안전교육이 부족한 것도 대형 참사를 낳게할 수 있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3일 20명의 사상자가 난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사고의 경우 버스운전 기사가 사고 전·후 승객들에게 탈출용 망치 위치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관목 교수는 "사고 시 승객을 신속히 대피시킬 수 있도록 대형 버스 운전자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대형 참사가 난 이후 정부가 내놓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근본적인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지난 7월 평창 봉평 터널 참사 이후 정부는 '운수종사자가 4시간 연속 운행하면 최소 30분의 휴식시간을 확보하도록 강제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연말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차량의 디지털 운행기록을 최소 휴식시간 미준수와 속도제한장치 무단해제 여부를 단속하는 데 활용하기 위한 법령 개정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대형 교통사고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는 대열 운전(대형 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이동) 행위자에 대한 자격정지 기준은 기존 5일에서 30일로 강화한다는 대책도 내놨다.

이뿐만 아니라 상습 법규위반 운전자는 디지털 운행기록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이는 최소 휴식시간 미준수·속도제한장치 무단해제 여부를 단속할 때 이런 운행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달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사고가 나고서는 지방자치단체, 버스 관련 단체와 함께 차량 내 소화기와 비상탈출용 망치의 비치, 사용법 안내 여부 등을 뒤늦게 점검했다.

교통 분야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가 난 이후에 내놓는 백화점식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대형사고를 낸 버스 업체와 운전자 등에 가혹할 정도의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