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베이비박스에만 연간 200여명…"미혼모 지원 불충분하고 정책홍보도 부족"

지난달 20일 오전 4시 50분 대전 동구 가양동 한 교회 앞에 놓인 택배 상자에서 담요에 싸인 5개월 된 남자아기가 발견됐다.

교인들에게 발견된 이 아기 오른쪽 팔목에는 이름과 지난 5월 태어났다는 인식표가 붙어 있었다.

경찰은 인식표를 토대로 수사를 벌여 이틀여 만에 아기 엄마인 A(36)씨를 검거했다.

미혼모인 A씨는 아기가 몸무게 860g으로 태어난 미숙아인 데다 양육 여건이 좋지 않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미혼모인 A씨가 현재 생업에 종사하는 데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직업 없이 어렵게 생활을 했다"며 "아기를 양육할만한 상황이 안되다 보니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미혼모나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 등이 갓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입양을 보내면 감추고 싶은 개인정보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극단적으로 아이를 유기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병원에서 미숙아를 출산한 뒤 신생아 응급실에서 치료받는 아이를 버리고 달아난 혐의(영아유기)로 B(20)씨가 입건됐다.

B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전남 순천의 모 병원에서 양수 파열로 32주 1일 만에 1.46㎏의 미숙한 여아를 낳은 뒤 신생아 응급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아이를 버리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가족들과도 연락을 끊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생활하다 여수시의 한 원룸에서 붙잡혔다.

B씨는 경찰에서 "당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됐고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아이를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C(39·여)씨가 생활고를 이유로 생후 닷새 된 아들을 버리기도 했다.

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 1명을 키우며 복지시설에서 사는 C씨는 당시에도 자녀를 키울 자신이 없다며 아이를 유기했지만, 다시 양육 의사를 밝히고 현재까지 자녀를 키우고 있다.

C씨는 "작년 어느 남성과의 사이에서 임신했으나 생활고에 아이를 더 키울 자신이 없어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영아는 2011년 24명에 불과했으나 2012년 67명으로 증가했고 2013년 224명, 2014년 220명, 2015년 206명 등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이미 108명으로, 올해도 200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버려진 아기들의 80%가 다른 지역에서 온 것으로 관계기관은 파악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입양특례법'에 대한 오해 때문에 영아 유기가 잇따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미혼모에 대한 지원책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는 "미혼모들이 아기를 낳고는 출생 신고를 하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입양을 보내면 기록이 남을 것을 걱정해서인데 이는 법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정식 입양을 보낼 경우 미혼모와 아기 모두 각각 서로의 기록이 사라진다"며 "극히 일부 기관만 기록을 갖고 있지만, 함부로 열람하지 못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혼모가 혼자서 아이를 끝까지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아기를 길바닥에 버릴 정도로 시설이 없는 것은 아닌데 시설에 대한 정보, 도움 요청 방법을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출생 신고를 하면 아기를 정식으로 입양 보낼 수도 있고 기초생활수급 등의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다"며 "시설에 대한 정보, 입양특례법에 대한 오해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준호 김소연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