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저항 극단으로 치닫자 공용화기 사용, 중국은 반발

해경 고속단정이 불법조업 단속 중 중국어선에 들이받혀 침몰한 지 7일로 한 달이 된다.

침몰한 고속단정은 70m 수심의 깊은 바닷속에 잠들고 가해 중국 선박은 안 잡는지 못 잡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폭력 저항하는 중국어선에 해경이 기관총 사격으로 대응하고 이에 따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기세도 한풀 꺾이는 등 한 달 사이 서해에서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인천해경 3005함 소속 고속단정(4.5t)이 중국어선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은 지난달 7일 인천 소청도 해역에서다.

나포를 위해 해경 대원들이 어선에 올라 조타실 철문을 열려고 할 때 다른 중국어선이 고속단정 측면을 강하게 들이받았다.

단정을 몰던 대원은 물에 뛰어들었다가 간신히 구조됐고 단정은 침몰했다.

대한민국 공권력이 중국어선 공격을 받고 침몰하는 사상 유례없는 사건이 발생하자 해경도 곧바로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해경은 지난달 11일 정당한 법 집행에 폭력을 동원해 저항하는 중국어선에는 M60기관총, 20mm·40mm 함포 등 공용화기 사용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용화기는 해양경비법에 따라 종전에도 사용 가능했지만 인명살상 우려 때문에 중국어선 불법조업 현장에서는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해경이 강경대응책을 밝혔어도 처음에는 과연 실제로 공용화기를 사용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컸다.

과거에도 단속현장에서 해경 대원이 순직하거나 다치면 총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선언적 경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파도 때문에 흔들리는 배 위에서 총기를 사용하다가 자칫 중국선원이 숨지기라도 하면 수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부담과 외교마찰 파장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란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엄포로만 끝나지 않았다.

해경은 지난 1일 인천 소청도 해역에서 중국어선 2척을 나포했는데 다른 어선 30척이 나포 어선을 탈취하기 위해 집단 저항하자 처음으로 공용화기를 사용했다.

중국어선들이 해경 경비함을 들이받으려고 양쪽에서 돌진하는 등 충돌 공격을 시도하자 경비함 M60기관총 600∼700발이 중국어선 주변 수면에 작렬했다.

고무탄과 소화포를 쏴도 저항 수위를 낮추지 않던 중국어선들은 기관총 세례가 코앞에 쏟아지자 그제야 나포 어선 2척을 포기하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해경의 강공에 중국 선원들도 잠시 숨을 죽이고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지난달 17일 백령도 해역에서 나포된 중국어선 선장 A(41)씨는 해경 조사에서 "한국 해경이 이번에는 진짜로 총을 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선장이 많다"며 "선장 대부분은 해경의 총기 사용 방침에 두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5도에 출몰하는 불법 중국어선 수도 작년 10월에는 하루 평균 230척에 달했지만 올해 10월에는 123척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중국어선이 몸을 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 정부와 관영언론은 해경의 공용화기 사용방침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 측의 무력을 사용한 폭력적인 법 집행 행위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한국 해경이 중국어선에 발포한 것에 대해 '광적인 행동'이라며 "중국 어민들이 불법 조업 때문에 한국 해경에 죽임을 당하면 중국인들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 외교부는 이에 "이번 법 집행의 근본원인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과 우리 측의 법 집행에 대한 중국 어민의 조직적, 폭력적, 고의적 도전 행위에 대한 있음을 강조한다"고 반박했다.

해경 내부에서는 공용화기 사용 등 강력 대응 방침이 오히려 해경과 중국 선원의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경 관계자는 "중국 선원들이 망치·손도끼·쇠창살로 저항하는 것은 그런 흉기로 해경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화력이 강한 공용화기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폭력을 사용해 저항할 의지도 꺾일 것이고 해경과 선원 간 물리적 충돌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고속단정을 침몰시킨 가해 어선을 조속히 검거해 달라고 중국 해경국에 지속해서 요청하고, 정당한 법 집행에 폭력 저항하는 중국어선에는 공용화기 사용을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