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단위 참가자 등으로 과격 충돌없어…집회 후 쓰레기 수거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에 분노한 시민 20만명이 5일 촛불을 들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운집했지만 특별한 불상사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한 주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1차 촛불집회에 이어 2차 집회도 별 탈 없이 마무리돼 평화집회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는 주최 측 추산 20만명, 경찰 추산 4만 5천명이 모였다.

지난해 11월14일 1차 민중총궐기(주최 측 추산 13만명, 경찰 추산 6만 8천명) 이후 1년 만에 열린 대규모 집회였다.

이번 집회는 우려와 달리 폭력집회로 변질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차분하게 손 피켓 등을 들고 입을 모아 박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쳤다.

문화제가 끝나고 대규모 인파는 종로3가를 지나 을지로3가를 거쳐 남대문을 돌아 다시 광화문으로 되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이 행진에서도 참가자들은 '경찰 통제에 잘 따릅시다', '신고된 행진 코스로 갑시다'라고 외치며 불법행진이 되지 않도록 서로를 독려했다.

집회가 마무리되고 세종대왕상 앞 폴리스라인을 50대 취객이 "내가 세금 냈는데 이 땅에 못 섭니까"라며 넘어섰다.

그러자 다른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부끄럽다', '빨리 돌아오시라'고 비판했고, 이 남성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구석으로 사라졌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나고서도 서로 솔선해 휴지를 줍는 등 뒤처리도 깔끔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1차 민중총궐기가 폭력으로 얼룩지고서, 폭력을 쓰면 오히려 여론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진보진영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5%에 불과할 정도로 바닥에 떨어진 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데 굳이 폭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울러 집회에 유모차를 몰고 나온 가족, 중·고등학생, 노년층, 연인들이 대거 참가한 점도 평화집회가 이어진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한 주 뒤인 12일로 예정된 민중총궐기대회도 평화적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기류 변화에도 경찰은 행진 금지통고를 내렸다가 법원이 제동을 걸어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전날 문화제 이후 행진으로 '교통 소통에 방해가 된다'며 금지통고를 주최 측에 전달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를 위반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즉시 '금지통고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집회가 열리기 직전 이 가처분을 인용해 시민들이 행진할 수 있었다.

행진으로 도심 도로가 통제됐지만,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고 오히려 손을 흔들며 행진을 응원했다.

도로 위 차량도 경찰의 통제에 응할 뿐 경적을 울리는 식으로 항의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오히려 의경들을 향해 고생한다며 박수를 쳐주는 등 성숙한 모습도 보였다.

만약 경찰의 금지통고가 강행됐더라면 분노한 시민들이 행진을 강행, 경찰이 충돌을 유발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날 220개 중대 1만 7천600여명을 집회 장소 인근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향할까 우려해 세종대왕상을 1차 저지선으로 차벽을 세우고, 광화문 앞을 2차 저지선으로 삼아 차벽을 두 겹으로 세웠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