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책임 인정·구속 감수하되 '윗선 차단' 전략 분석
최순실도 "내가 뭐라고…'비선실세' 아니다"…검찰과 치열한 공방 예고


박근혜 정부에서 '왕수석'으로 통했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구속 위기에서 보인 선택은 다소 달랐다.

안 전 수석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방식을 택했다.

정 전 비서관은 심사를 포기한 채 법원의 서류 심사만으로 판단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전략'은 사실상 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박 대통령으로 수사가 향하기 전 최대한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내가 안고 가겠다'는 마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3일 밤 체포돼 다음 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 전 비서관은 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변호인도 나오지 않아 서면 심리만 진행됐다.

대통령 연설문 등 정부 문건이 발견된 태블릿 PC의 주인이 '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맞는지, 태블릿 속 파일에 나타난 아이디가 언론 보도처럼 자신의 것인지 등 쟁점이 다양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할 기회를 활용하지 않은 것이다.

통상 영장심사 포기는 검찰 단계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구속을 감수하겠다는 뜻을 내포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이러한 정 전 비서관의 행동은 연설문 유출 의혹의 책임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몫으로 떠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뒤집어 보면 '더는 얘기하지 않겠다, '몸통'은 없다'는 의사가 담겼다고 볼 수도 있다.

자신보다 더 윗선으로 향해가는 것을 차단하는 전략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안 전 수석의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영장심사에 참여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얘기했다.

특히 그는 변호인을 통해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데 대해 내가 책임지겠다'는 뜻을 전했다.

변호인은 "안 전 수석은 우직한 사람, 바보 같은 사람이다"라고도 말했다.

정 전 비서관처럼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모금에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차단하고 '내가 모든 걸 떠안고 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더구나 현재 안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및 강요미수다.

최순실씨와 공모해 본인의 직권을 남용한 범죄의 주체로 지목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다른 '윗선'이 있는지는 현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법정에 나와 '윗선'의 존재는 고사하고 본인의 직권남용조차 아니라고 강하게 항변하고 최씨와 공모는 아예 부인할 경우 검찰 입장에선 부담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향후 수사는 두 사람의 직권남용 범죄를 용인했거나 이 과정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윗선'의 존재 여부, 위로 향하는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의 입장은 자신이 '몸통'이며 공모는 없었으며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한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3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이후 구속된 최순실씨도 조사에서 "내가 뭐라고…"라며 '비선 실세'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정하기 위한 항변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비선 실세'가 맞는다면 이를 뒤에서 봐주는 '몸통'이 있어야 하지만 최씨는 자신의 존재·역할을 부인하고 축소함으로써 '몸통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얘기다.

결국 향후 수사는 박 대통령으로 향하는 연결고리를 찾아내려는 검찰과 이를 끊어내려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 '왕수석' 안종범 전 수석, '문고리 권력' 정 전 비서관 사이의 치열한 공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