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의 입 주목…檢, 태블릿PC·'靑자료 보고 비선모임' 등 추궁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검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비선 실세' 의혹 규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이재만(50)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50)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핵심 인물이다.

20년 가까이 박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만큼 최순실(60) 씨의 '비선 실세' 논란이 불거져 나올 때부터 조사가 불가피한 인물로 지목됐다.

정 전 비서관을 체포한 검찰은 200여 건의 청와대 문서 파일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의 유출·사용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기 속 파일들의 작성자 아이디가 정 전 비서관이 쓰던 아이디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사 과정에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날 수도 있다.

최씨가 매일같이 강남의 모처에서 청와대 보고자료를 갖고 측근들과 강남의 모처에서 '비선 모임'을 열었다는 의혹도 정 전 비서관의 입을 통해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특히 청와대 보고자료를 정 전 비서관이 가져왔다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언론 인터뷰가 사실인지, 실제 그랬다면 박대통령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앞서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되면 '비선 실세' 의혹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혀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정 전 비서관의 진술에 따라 검찰 수사의 폭과 방향도 달라질 개연성이 크다.

지금까지 나온 청와대 문건들의 외부 유출 정황 등을 박 대통령이 알았다는 진술이 나올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필요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한 박 대통령을 상대로도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 전 비서관이 일한 청와대 제1부속실은 관저 관리부터 시작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런 만큼 이제까지 계속 제기돼 온 박 대통령과 최씨의 '청와대 내 독대' 의혹 등의 진상이 드러날 것이란 해석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